“엄마, 나 너무 추워!” 냉동실에서 외치는 아이의 소리를 이 여인은 들었던 것일까?
그녀의 머리는 복잡하다. 생각을 할수록 마음은 깊고 어둡게 가라앉는다. 며칠 전 ‘배아 저장 회사’에서 고지서를 받고 그곳에 몇 년째 저장되어 있는, 그녀와 남편이 준비해 놓은 ‘배아’들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했던 것이다.
배아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정체로 사람으로 될 첫 단계의 작은 ‘세포 공동체’라고 말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연은 이렇다. 7년 전 30대 중반에 들어선 이 여인과 그녀의 남편은 반복되는 임신 실패의 해결책으로 체외 수정을 시도했다.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몇 번 실패를 거듭한 후 성공적으로 지금 다섯 살인 웨스타를 얻게 되었고 그 때 수정해 놓은 몇 개의 배아는 ‘배아 저장 회사’에 의뢰해서 지금껏 얼린 상태로 저장돼 왔다.
해가 갈수록 고지서가 부담스럽고 비용이 처음 계약 때보다 자꾸 비싸지는 것도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와 남편은 얼린 배아들을 녹여 두번째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어쩐지 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어려움과 성공한다해도 실상 두번째로 태어날 아이는 웨스타와 같은 때 만들어졌으니 쌍둥이어야 할 것 같은 혼돈도 왔기 때문이다.
이제 이 냉동 상태에 있는, 웨스타처럼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린애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줄 것인가. 만약 성공적으로 배아가 태아가 되고 모르는 여인의 자궁 안에서 잘 자라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되나? 이 아이는 웨스타와 형제다.
웨스타와 미래의 아이(들),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실험용으로 쓰라고 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일까. 그것은 너무 잔인하다. 이젠 배아들은 이 여인에게는 더 이상 몇 개의 세포 공동체가 아니다. 웨스타의 분신들이다.
어느 하나 쉬운 대답이 없다. 혼돈스럽다.
얼마 전 자궁암에 걸린 젊은 여성이 암 치료로 인해서 난소와 자궁을 잃을 처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 젊은 여성에게는 난소나 배아를 저장하는 옵션이 있었다.
이렇게 웨스타와 같은 또 이 젊은 환자가 성공률이 난소저장보다 높은 배아를 만들어 저장해 놓는다 해도 훗날 법적으로 생길 수 있는 변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혼이 한 예이다. 이런 경우 배아들의 운명에 대한 법의 해석은 각 나라마다 다르다. 여인이 저장됬던 배아를 녹여서 임신하여 출산하고 싶어도 정자를 기부했던 상대편이 거부하면 저장 되어 있는 배아는 세상 빛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웨스타의 분신처럼 만들어진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웨스타의 분신들이 얼려진 상태로 언젠가는 쓰여 질 때를 기다리며 저장되어 있다. 신경이 생기기 전이라 느낌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웨스타의 엄마가 들은 것처럼 그들은 ‘엄마, 추워!’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