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둥 타이틀 나인( Title IX) 2012

오렌지카운티에서 있었던 세계 한민족 과학자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IT 및 바이오’를 주제로 했던 이 모임엔 500여명의 뛰어난 한국인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나는 마지막 날 여성 과학자들이 함께 하는 순서에 참석했다. 의료 관련 회의만 참석해 왔던 나로서는 이런 모임이 생소하고 서먹하기는 했지만 이공계 수재들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이 회의에 참석하게 된 동기는 아주 수동적인 것이었다. 잘 아는 선배가 참석을 권유했는데 내 입장에서는 선배에 대한 예의로 또 그 선배와 점심이나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응낙했던 것이다.

그날 회의에서 만난 한인 여성과학자들은 학구적일 뿐 아니라 창의력도 많아 보였다. 대부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과학자이면서 장관을 지낸 분, 의사이면서 현직 국회의원인 분도 있었다.

나에게 흥미로웠던 주제는 에너지 보급과 관련된 원자력에 대한 이슈와 여성 과학자들의 사회 진출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 후자에 대해 언급해 보려고 한다.

이공계 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여성 숫자가 한국, 미국 모두 상승일로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의 예를 들면 이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여성의 분포가 1980년에는 클래스의 17%였는데 2011년에는 50%로 늘었고 박사학위 프로그램에도 전체의 37.5%가 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위 취득 후 여성의 사회 진출은 한국과 미국 모두 졸업 숫자보다는 적은데 이 점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뒤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공계 여성의 활동이 미국에서는 활발히 진행되고 보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의 실직률이 6.6%일 때 의학을 포함한 이공계 여성 박사들의 실직률은 비교적 낮아서 1.7%에 지나지 않았다고 미국 국립과학기구가 보고했다.

어떻든 미국이 이 분야에서 여성과 유색 인종의 고등교육 박사학위 취득률 또 취업 부분에서 꾸준히 발전하는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타이틀 나인(Title IX)’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기관은 교육의 기회를 성별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타이틀 나인’이다. 이 법안은 40년 전 닉슨 대통령 재임시 제정 선포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마이노리티 취급을 받는 여성이나 유색인종들에게는 아주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은 어느 때나 다름없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켰는데 언론은 이것이 여성 운동선수들의 공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이 딴 전체 금메달의 2/3(29/46), 전체 메달의 60%(58/103)를 여성 선수들이 획득했던 것이다. ‘타이틀 나인’이 없었다면 여학생들은 배구팀, 트랙팀, 수영팀도 쉽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타이틀 나인’ 초안을 쓴 사람은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그것도 동양 여인으로 여러 번 상원의원을 지낸 일본인 3세 펫지 다케모도 밍크였다. 대학 때 차별대우를 받았던 그녀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원서를 제출한 22개의 의과대학 어디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어쩌면 동양계라는 이유로?) 그녀를 뽑지 않았다. 이런 불평등한 세상을 고치려고 법대를 갔고 정치인으로 많은 일을 했다.

‘타이틀 나인’의 정신은 가정에서부터 연습되어야 한다. 가부장적 제도를 벗어나 가족들이 수평적 관계를 갖고 살아가면서 사회정의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편견의 타도를 연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체제적인 이유로든 소외된 사람들이 보이면 이들을 염두에 두며 살아갈 때 ‘타이틀 나인’의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 같다. 사회가 바뀌면서 차세대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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