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정념(避騷靜念) / 피세정수 (避世靜修)

우리는 가끔 하던 일을 내려 놓고 쉬어야 한다

미국의 프로젝트: 타임 어•프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2015년 평균 16일 휴가를 썼다한다. 55%가 주어진 유급휴가를 쓰지 않(못)했다. 다 합계를 해 보면 6억5천8백만 날이 없어졌다. 이 휴가는 돈으로도 바꾸지 못했고 다음해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쓰지 않고 없어진 날들은 미국 경제에 223 빌리언 달러의 손실을 가져왔고 160만의 직장이 없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 우리들은 거저주는 휴가도 쓰지 못하고 시궁창에 버렸을까?
우리는 흔히 국가의 경제에 따라 휴가성향이 바뀐다고 믿었다. 그러나 휴가성향은 실상 실업률, 소비의욕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현세대의 휴가성향은 테크놀로지 개발, 그로 인한 극심한 영관성 때문에 직장에 더 잡혀있고 오•피스를 떠나는 일이 무척 힘들어졌다고 한다. 또 본인이 맡고 있었던 일을 휴가 중에 대신 해 줄 사람이 없는 것도 큰 일로 부곽되고 이러한 사태는 지배인이나 보스들을 희미한 태도로 몰아 일꾼들을 직장에 잡아 놓는 격이 된다한다.

우리에게 쉰다는 것은 단순히 휴가를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왜 쉬어야 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휴가를 여행으로 충당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찰이나 성지를 방문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집에 머무는 것을 택하는가? 또 휴가란 어느 특수층에게만 국한된 권리인가?

전 버지니아대학 역사학 교수였던 신디 에론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9세기 때 형성된 중산층이 중산층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그들의 경제 상태나 직업 때문 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열심히 일하고 낭비하지 않고 근검 절약하여 재물을 모으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휴가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 낸 중산층으로서의 마음가짐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이 반복되는 삶의 터전에서 일상적인 생업을 잠시 내려 놓고 생업이 아닌 것에 눈을 돌리는 것이 휴가다. 가족과 함께 견문을 넓히는 시간을 갖는 것, 하고 싶었던 봉사나 취미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휴가다. 영적인 재충전을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 역시 휴가다.

일과 휴가 두 가지 모두를 때때로 번갈아 가며 가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또 크게 시간을 따로 내지 않더라도 매일 규칙적으로 하루 중 얼마만의 시간을 자신에게 할애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침묵하며 명상하는 것도 휴가이다. 그럴수 있을 때, 일의 능률을 높이고 보람된 하루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종교든 ‘쉼’을 위한 도움의 장치가 있다. 불교에서는 신도들이 시끌벅적한 사바세계를 떠나 깊은 산중 인적 없는 곳에 안거하며 수행하도록 돕는 행사가 있다.

 가톨릭에도 이와 비슷한 피정이라는 것이 있다. 피정이라는 말은 실상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다. 피소정념(避騷靜念) 또는 피세정수 (避世靜修)에서 나온 말로 시끄러운 세상을 잠시 떠나 고요히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본다는 뜻이다. 자신을 통찰하며 영을 쉬게 하고 다시 재활력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나는 지난 주말에 하루 피정을 갔었다. 거기서 ‘데시데라타 (삶의 필수적인 것들)’이라는 시를 접했다.

 ’시끄럽고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고요히 머무십시오 / 그리고 고요 안에서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대의 생업에 관심을 가지십시오….’

 하버드 대학을 나와 법률가로 활동하다가 글을 쓰는데 더 많은 정열을 바쳤던 맥스 어만이라는 시인이 쓴 시다. 나중에 레스 크레인이 이 시를 인용해 노래를 불러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이 시를 집무실에 붙여놓고 늘 가까이 하였다고 한다.

 짧은 시간의 피정이었으나 이 시를 접하며 내 삶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그런 시간 속에서 앞으로 걸어가야 할 나의 길을 고르고 있는 내 자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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