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나무’ 와 ‘기빙트리’

자연스레 추수감사절 디너는 작년부터 아이들에게 넘어갔다. 몇 십년을 해오던 행사이었다. 그래서 늙는 것이 좋은가 보다. 이젠 차려놓은 음식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노고에 칭찬하고, 맛있다며 먹어주고, 손주 아이들과 놀고, 가까운 아이들의 친구들, 사돈들과 이야기 하면서 이른 저녁시간을 지나면 된다. 음식은 정오쯤 준비가 끝나고 오븐에 들어가니 모두 하이킹을 다녀오는 것도 하나의 정해진 코스이다. 하이킹은 내가 추수감사절 디너를 할 때도 했던 일이다.

엘에이의 11월은 나름대로 아름답고 순하다. 매섭게 춥지도 않고 매년, 운 좋게 하이킹 하기 알맛는 햇빛, 바람, 푸른 하늘이 있다. 꼬마들도 걷는다. 칭얼대는 녀석은 없다. 제일 나이가 어린 작은 딸의 아들은 아빠 등에 메인 인력거에 앉아 세상을 보고있다. 제 아비가 열심히 아이에게 뭔가 알려주고 있다. 아이처럼 짧은 문장으로.

가뭄으로 땅은 매말라 있지만 나무는 아직 건재하다.

나는 여러 명절 중에 추수감사절을 제일 좋아한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에는 선물교환도 없고, 강요되는 유흥이 없어서 좋다.

일 년을 되 돌아보면서 펑퍼짐한 편한 옷을 입고, 소파에 둘러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미국 고구마, 사과파이, 피간파이, 롤, 터키와 햄을 굽는 냄세가 좋다. 차세대 젊은이들은 참 즐겁게 일한다. 농담도 해 가면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별한 음식도 만든다고 생색을 낸다. 내가 채식주의자이니까. 그래봤자 약간 멋을 부린 별종의 샐러드이지만.

올해는 여덟살박이 큰 손녀를 대장으로 꼬마들이 제 키만한 마분지에 ‘감사나무’ 줄기를 그리고 듬성 듬성 몇개의 입사귀를 오려 붙였다. 이 꼬마들은 추수감사절 디너에 참석한 모든 식객들에게 나무가 무성해지도록로 각종 모양의 색색가지 나뭇잎을 붙어야 한단다. 감사하는 아이텀을 품은 종이는 나뭇잎이 되어 나무위에 오른다.

위로 큰 두 꼬마들은 한장이 모자라 세장씩이나 썼다. 세살박이는 아빠가 대필해 주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감사함도 순진하고 뜻이 오히려 깊어 보인다. 그저 추수감사절이라 감사하고 삼촌,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외에 제 형제들의 이름 하나 하나, 친구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감사하다고 열거했다. 세살짜리 그애에게는 그것이 감사하고 신나는 일이다.

여섯살, 여덟살 아이들의 세계는 달라진다. 자신의 행운을 보았고, 핵가족에 대해서, 대가족에 대해서 따로 감사하고(쯧쯧쯧….) 세상과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해 감사하는 모습이다. 그림을 그릴수 있어서,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단다. 그리고 펜으로 크고 작은 하트를 그렸다.

성인들의 감사 아이텀은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면에 그쳤다. 연륜탓일 것이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는 사라졌지만 상업적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강세이다.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Clement Clarke Moore 1779 – 1863) 또는 헨리 리빙스턴 쥬니어 (Henry Livingston Jr 1748 – 1828)가 썼다는 ‘성 니콜라스(산타클로스)의 방문’ 이라는 시(詩)에서 시작된 것으로 믿어지는 선물교환의 문화는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케롤’, ‘챨리브라운 크리스마스’ 라는 TV 프로그램 덕분에 임시적이긴 해도 구두쇠가 되지 말고 나눔을 실행하자는 변화를 보여준듯 하다.

많은 교회, 성당 또는 공관서에서는 크리스마스 기빙트리를 세울 것이다. 세워진 크리스마스 소나무에 불우아동들, 홈리스를 위한 기빙 아이텀이 쓰여진 나뭇잎들이 하나씩 둘씩 붙여질 것이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진정한 나눔의 마음들이 많은 꽃과 나비가 되어 나무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이 달리면 눈 덮인 나무처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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