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영
http://jaemisupil.com/15383
2017.02.17 13:42:54 (*.32.98.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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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라는 말을 사용하는 2월 –
우기로 인해 칙칙해진 LA 공기를 가르며 강의실에 도착했다
오늘은 방사선과 전문의가 이란 주제로 강의한다기
왠지 낯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수필가에게 방사선과 전문의라…
번개 맞은 머리, 빨간 립스틱, 흰색 브라우스에 검정 자켓을 패션으로 하는…
‘보통 여인’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말조차 걸어보기 힘든 상대였다
뭔 야그를 하려고 저러시나…
전등을 끄고 프로젝트를 발사하면서
마녀의 요술은 시작되었다
여성의 참정권부터….블라블라블라
아니 이렇게 넘어가는 것보단 구체적 나열이 좋겠다
시대를 넘겨가면서 우리에겐
언제나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기준이 정립되었는데
음악 [ beatles, 닥터 지바고 ]
영화 [ ET ]
음식 [ 라면 ]
국내 사회 [ 새마을 운동 ]
과학 [ 아폴로 11호 ]
국내 문학 [ 박경리 토지 ]
(이쯤에서 강사는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는 시기에 국내에선 박경리 씨가 토지 집필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의학 [ CT, MRI, Same sex, sex change ]
정치 [ 베를린 장벽, 만델라 ]
미래 [ 인공지능 ]
우리가 살면서 접하게 되는 ‘새로운 정상’ 을 하나씩 죄다 짚어주고
갈무리할 즈음에서야
‘전혀 다름’이 아니라 ‘결국 같음’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방사선 전문의는 글 쓰는 이들에게 별 영감을 줄 수 없는 대상이고
강의는 일종의 나열에 불과하다 ?
아니다 !
의학을 다루는 이가 생의 전범위를 망라하여 가이드해준 ‘새로운 기준’이다
모든 분야를 다루는 수필가에게 강의는 엔싸이클로피디아 그 자체다
되레 수필은
그저 한 페이지에 불과한 서술에 지나지 않는다
의사를 통해 창작의 지평선을 넓혀보는 좋은 계기였다
훌륭한 초청강의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