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모임에서 사회(MC)를 보는 일이 있다. 사회자를 MC 라 부른다. 이것은 Master of Ceremony 의 준말이다. 연말 행사 같은 유흥이 필요한 모임에서는 MC 를 해 본적이 없고 또 할 자격도 없다. 비지니스 부분에서만 사회를 보아왔다.
MC를 왜 보라하는지 물어 보면 여러 대답이 나온다. 성격이 외향적이라 수줍음을 타지 않고, 목소리가 크고, 겁이 없고…등등. 그래서 초대된 두 군데 모임이 이번 주에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토요일에, 그리고 어제 수요일에.
첫 번째 사회는 영어로 하는 것이었고, 차세대를 위한 컨·퍼런스였다. 이 conference는 사회만 본 것이 아니고 준비도 100%가 한국 heritage를 갖고 있는 일세대, 이세대와 함께 했다. 이렇게 단일민족(!)과 일을 해 본 것은 미국 생활 45년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단점이 있었다. 먹는 것 챙겨주고, 다정하다.
두번 째 사회는 위에 제목으로 올려 놓은 ‘한인보(漢人譜)’ 출판 기념회였다. 여느 출판 기념회와 달라서 파우어 포인트로 차례가 보여지고, 그래서 종이를 아끼고 나무를 죽이지 않았다! 합창, 시낭송, 영상감상, 연사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가슴에 담고 세계를 누비며 살아가는 소박한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갖고 미국 이민자 78명에 대한 삶의 여정을 모은 것이다. 아니, 그들의 특기할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는 것이 옳겠다.
대한민국, 세계, 소박, 영웅 이라는 단어들이 뜻을 담고 모인 사람들에게 날라 갔을 것으로 믿는다. 그 중 두 사람이 연사로 뽑혀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감격했던 스토리는 ‘콩으로 아프간의 가난 해결에 나선’ 권순영 박사, 아프리카에서 우물을 파주는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민권 변호사 김도형 JD의 이야기였다.
우선 권순영 박사는 고려대 농학과 출신으로 UC Davis,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각각 식품생화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분으로 Nestle에서 의료식품 개발 전문인으로 일했다. 자신의 전공을 가난으로 죽어가는 오지의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썼던 숨은 영웅이었다.
김도형 변호사는 K Town 에서 자라고 하바드에서 학부를 마친 사람이다. 4. 29 폭동을 목격하고 한인타운으로 되돌아 온 젊은이….
유분자 이사장의 우물파주는 이야기도 감동스럽다. 정말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다. 배울 것도 많다.
끝으로 김준자 작가에 대해서다. 그는 참 책을 쉽게도 쓴다. 그 분은 2년에 한 권씩 책을 출판하신 분이다. 경기여고, 연세대 화학과, 일리노이대 화학과 석사이고 Cal State University LB 에서 ‘자선 쓰는 법’ 강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