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에게서 온 카드

오늘 아침에도 ‘소중함’으로 채워진 내가 되어 하루를 맞이 한다. 주위는 밝고 따뜻하고 조용하다.
‘소중한 할머니, 가지고 있다. 멋진 어머니의 일! 알겠어? 스칸디나비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십시오! 재미있고 안전한 여행을 떠나십시오! 애정, 미준’
이렇게 이상하게 쓰여진 카드를 나는 아침마다 읽는다. 그리고 나의 가슴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빛과 따뜻함이 서늘하고 깊은 곳을 채워가고 있다.

아홉살짜리 큰 손녀가 어머니 날에 제 어미의 엄마인 나에게 자신이 만든 카드에 구글 (google)사전을 찾아가며, 제가 쓰는 단어들을 번역해서 쓴 글구이다. 나는 그 때 엘에이에 없었다. 접혀진 카드의 다른 면에서는 이렇게 썻다. ‘ Dear Halmoni, Have a grand mother’s day! Got it? Have a great time in Scandinavia! Have a fun and safe trip! Love, Jessica Ryoo Thomas’ Jessica와 Thomas는 내가 붙인 가명이고, 그애의 가운데 이름은 나의 성,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내 남편의 성이다.

한국말을 하는 혈통, 비혈통의 사람이라면, 이 아이가 한국말로 쓴 사랑의 문서가 엉망인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뭐 이런걸 글이라고? 훽~ 던저 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카드에 쓴 글씨는 내 아버지의 늘 하시던 표현을 빌린다면 ‘개발 소발’이다.

나는 다시 한번 한글의 과학성에 놀라지만, 언어란 어느 정도 기본적 교육과 실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글은 어순이 영어와 다르다. 생각의 바른 표현은 문화가 끼치는 정서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 아이의 한국말로 한 표현이 문화의 이질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외국 말이란 자꾸 쓰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계 외조부모를 두고, 한국계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이지만, 한국말을 한다던가, 한글을 쓰고 읽고 제 것으로 만들려면, 이 아이에게도 시간과 관심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한번 포기 한 적이 있던 터였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Have a grand mother’s day!” 라는 구절을 google을 통해서 직역을 하다보니 한국말의 어순에는 동사가 뒤로 간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터라, ‘have’ 를 다른 단어와 붙여서 함께 번역하지를 못하고 ‘가지고 있다’ 라고 따로 쓰고 있다. 또 ‘Got it?’ 이라는 문구는 아이가 평상적인 ‘good’라는 표현 대신 ‘좋은 것 보다 더 멋진, 더 근사한’ 이라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grand’라는 단어를 쓰고, 그점을 강조하기 위해 ‘Got it?’ 했던 것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grand’ 와 ‘mother’를 붙여 쓰면 할머니라는 뜻인데 이 두 글짜를 띄어서 써서 그 효과를 돋 보이게 했다.

다음 주, 나는 한국어 진흥재단 이사장의 자격으로 미국 중고등학교의 교장단, 교육감 팀, 한국어 교사 팀과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장학생 팀을 인솔하고 모국을 방문한다. 첫째와 셋째 팀의 대부분은 비한국계이다. 그들이 한국 땅을 밟으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한국말에 대한 자신의 과제를 나름대로 풀게 될 것을 바라고 있다.

미국으로 귀국한 후, 감사의 카드를 보내 올 것이다. 내 손녀와 달리 철자법, 어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말이다. 그래도 나는 손녀가 쓴 ‘소중한 할머니’, ‘애정, 미준’ 이라는 표현을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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