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야아~~!’
여인은 둘 째 줄, 오른 쪽에 서서 열창하고 있다. 그 녀는 금방 눈에 띄었다. 몇 안되는 백인 중 하나, 또 노인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꼽슬꼽슬한 빨간 머리카락에 뚱뚱한 몸매이지만 그녀가 환호하는 모습은 어느 누구도 닮지 않은 바로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흔드는 두 팔 중, 왼쪽 팔과 손이 통통하게 부어 있는 것이 보인다. 유방암 치료로 인한 림프 부종 합병증 때문이다. 합창단은 복음 성가를 째즈 스타일로 부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환자였으나, 그 녀는 검은 법복을 입으면 판사였다. 유대인인 그녀는 맥시코 출신 남자와 결혼했고 사회정의에 혼신하는 장성한 아들이 있다. 몇 년 전부터 합창단에 들어가서 일주일에 한번씩 연습을 해 오던 것을 안다. 유대인인 그 녀가 가톨릭인 멕시칸 남자와 결혼하고 기독교 복음성가단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희안한 일이다. 그 녀는 삶의 아름다움, 삶의 승리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맑고 강해지는 자신의 영(靈) 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셀라’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합창단으로 올해 공연의 테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예요!’ 이었다. 참고로 ‘셀라’라는 단어는 성서 시편과 하바꾹에 나오는데 정확한 의미는 알려진 바 없다. 여러 의미 중에, ‘멈추어 뜻을 생각하라’ 라는 해석과 아랍사람들의 ‘진실을 보존 저장한다’는 설명이 내 맘에 제일 든다.
성탄절, 새해를 앞두고 음악회가 많이 열린다.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초중고 학생들 또는 음악 전공자들은 준비해 놓은 곡들을 이 때 선 보인다. 아무리 세상이 무신론자로 채워져 간다 해도, 겨울 음악회의 테마는 크리스마스이다. 전능하신 분의 고귀한 희생의 삶을 바라 보면서, 나 또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신에게로 귀화하는 내 자신의 여정을 찬양해야 한다.
일 주일 후, 로스 안젤레스 대성당에서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의 ‘메시아’ 공연이 있었다. 영광의 주님 뿐 아니라, 인간들의 죄의 보속을 위한 고통, 죽음 그리고 부활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창단이 장엄하게 노래했다. 유래가 어떻든 간에 ‘할렐루야’를 부를 때, 참석한 시청자 모두는 전통에 따라 기립했다.
56세의 헨델은 친구로부터 시편이 중심으로 된 기도집과 성서를 건네 받고, 1741년 여름에 ‘메시아’를 작곡한다. 겨우 24일 걸렸다. 헨델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짧은 시간에 작곡을 끝내는 습관이 있었다 한다. 자신이나 친지들의 작품의 일부를 빌려다가 자신의 새로운 곡에 ‘빌려’ 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요즘엔 표절이라고 난리가 났을 만 한데 말이다. ‘메시아’에도 그런 부분이 몇 군데 있다고 한다.
첫공연은 1742년 3월, 그 곡이 쓰여진지 6개월 만에 아이어랜드 더블린에서 자선 음악회 형식으로 행해졌다. 두개의 트럼펫, 2개의 오보에등 악기와 26명의 소년, 5명의 남성 합창단원들이 협연했다고 한다. 런던이 ‘메시아’ 공연을 본 것은 그로 부터 일 년 후의 일이다. 독일 태생 헨델은27세에 영국으로 이주 했고, 74세에 런던에서 죽을 때 까지 존경받고 부유하게 살았다.
내일이면 나는 또 다른 음악회에 갈 것이다. 손주, 손녀들이 차렷 자세로 똑바로 서서 크리스마스와 하누카,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새해 노래를 부를 것이다. 판사환자의, 대성당의 음악회 못지 않게, 희망 찬, 사랑의 선물을 배달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