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교회’와 ‘쓰레기 마을’ (II)

교회를 돌아보고 있는 나에게 한 남자 노인이 접근해 왔다. 무척 친절했다. 교회에 관한 얇은 책자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 노인의 친절에 감사한 마음이 들 때, 약간의 영어를 하던 그 노인은 처음에는 20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야박하지만 5불로 낙찰을 했다. 내 마음에는 책자를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줄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다.

돈을 주고 받은 책자에는 동굴이 생긴 기적과 기적을 일으켰다는 콥틱기독교의 성인, 외눈박이 성 시몬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성 시몬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하며 살다가 자신의 눈 하나를 빼어 버렸던 사람이라고 한다. 봐서는 안 될 무엇을 보았길래 성 시몬은 한 눈을 빼어 버렸을까.

이 동굴이 생겨난 기적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콥틱 기독교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예수님의 제자 마르코가 서기 42년에 세웠다. 이집트가 모슬렘에 의해서 지배받게 되면서 기독교인들에 가해지는 박해는 심해졌다. 서기 10세기에 카이로 파티마(Fatima) 왕조의 칼리프 알 무이즈 (Caliph al-Muizz)는 각 종교 수장들을 초대하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종교적인 디베이트를 하게 하곤 하였다. 예수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인 것을 우리는 안다. 당시 유대인 대표가 기독교인들의 대표 알렉산드리아의 62번째 교황 아브라함을 골탕먹이고 크리스챤을 박해할 수 있는 구실을 찾고 있었다. 그의 간교로 칼리프는 예수님께서 믿음이 기적을 일으킨다는 마태오 복음 17:20을 인용하면서 모카탄 산을 움직여 보라고 명령했다. 만약 산을 움직일 수 없으면 모든 기독교인들을 순교 시켜야 한다는 충언과 함께.

아브라함교황은 ‘매달려있는 교회(Hanging Church)’ 라고 불리우는 교회로 사제들, 부제들과 교회원로들을 불러 함께 사흘을 단식하며 기도하였고 이때 일반교인들도 합세 하였다 한다. 이 교회는 바빌론 성곽에 있는 관리실 위에 교회의 중심부가 얹혀진 형태로 지어진 교회이어서 ‘매달려있는 교회’라고 불리운다. 지금도 있는 오래된 교회이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그는 환시를 보았다. 성모님이 발현하시어 그에게 저잣거리로 가서 외눈박이 무등쟁이(구두만드는 가죽을 다루는 사람) 시몬을 만나면 그가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시몬은 아브라함 기독교 교황에게 칼리프와 칼리프의 군대, 사제들, 시민들 모두를 산 앞으로 집합하라 일렀다. 그들 앞에서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를 세번 외치면서 산을 향해 십자를 그으라고 알려 주었다 한다. 실로 기적이 산을 가르었고 갈라진 산 사이에 거대한 동굴이 생긴 것이다. 기적이 일어 난 직후, 뒤 돌아 보니 이미 외눈박이 성 시몬은 보이지 않았다.

외눈박이 무등쟁이는 콥틱교회의 성인으로 추대되었고, 그의 성유물이 1991년 카이로 ‘성스러운 성모의 콥틱 동방교회’라고 불리우는 교회에서 발견되었다. 교회를 수리하던 중, 성당 지하 겨우 1미터 밖에 안되는 깊이에 성유물이 뭍혀 있었다고 한다.

기적을 보아야 믿는 우리들을 경고하신 예수님이시지만, 기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또한 기적을 보여 주셨던 예수님이시었다.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크고 작은, 눈에 띄일 수도 있고 비밀스러울 수도 있는, 공적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기적의 연속이라는 것을 ‘동굴교회’와 묵언의 간증으로 신앙을 지키며 살아온 ‘쓰레기 마을’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확인하였다고 한다면 너무 건방진 말일까?

2월의 여행은 나 같은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에게는 고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으로 채워진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얍삽한 나의 인식과 달리, 고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게 했다. 이는 나날의 기적, 기적을 초대하는 기도와 침묵이 우리들의 생활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을 경고한다. 바쁘고 분주하고 번쩍이고 기름진 현대 생활은 아무리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미디어 섹션에 있습니다.

크리스챤위클리에 실린 글입니다. 2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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