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리 보인다

가끔 손주들을 보아 달라는 청탁이 온다. 이번에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컨퍼런스로 인해서 교사들은 종일 학부모들과 스케쥴이 잡혀있고, 아이들은 등교할 수 없다. 또 큰딸, 사위는 자신들의 시간을 조정해서, 세 아이의 세 교사들을 만나야 한다. 이런 컨퍼런스가 보통 일년에 두번있다.

학교가 닫는 날들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들여다 본다. 여름방학은 6월 초 부터 8월 중순까지 무려 두달 반이나 되고, 겨울방학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시작하여 새해 첫날을 지나야 끝난다. 캘리포니아 학교들은 약 14개 정도의 특별한 휴일들 ( 독립기념일, 노동절, 메모리얼데이, 콜럼버스 날, 프레지던트 데이, 마틴루터 킹 쥬니어 데이, 시저 차베즈데이, 추수감사절등) 이 있고,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평일중, 일 년에 약 일 주일 정도는 클래스가 없는 셈이다.

이번에는 손주들과 함께 브렌트우드에 있는 게티 뮤지엄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쉬는 날이 되니 아이들은 아침도 먹지 않은채 우리들에게 떨구어졌다. 우선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해결 해야 했다. 다섯, 여덟, 열살박이들이 선호하는 아침식사의 종류는 달랐다. 우유없이 시리얼만 먹는 녀석, 계란 반숙을 청해온 녀석, 빵을 토스트하되 아무 것도 바르지 말라고 청해온 녀석, 그리고 나와 남편의 식성 또한 다르다 보니 일일 레스토랑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로, 각자가 만족할 만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뮤지엄을 향해 나섰다.

게티뮤지엄을 택한 것은 조경의 아름다움이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은 1997년 완성된 것으로, 그 내용물도 좋지만 건축의 특이함과 정원의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곳곳에는 벤취, 돌로 된 쉼터, 꽃밭, 잔디가 아이들의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건축학계에서 잘 알려진, 지금 ‘미투’ 사건으로 힘든 리차드 메이어가 설계한 이 뮤지엄은 16,000톤의 흰색의 석회암을 이탈리아에서 수입해서 지었다. 돌을 약 30인치 정사각형으로 잘라 붙인 넉넉함이 자연 그대로의 우둘두울한 상태로 쓰여져 아름답다. 잘 보면 나뭇잎, 새 털 같은 화석이 있는 곳도 있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뮤지엄 방문 때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세 녀석 모두 의외로 제공되는 자유로움과 ‘조심하라’는 잔소리 없이 기기(器機)를 쓰게 하는 할머니의 관대함에 놀란 듯 했다. 나의 셀폰, 오래된 모델의 또 하나의 셀폰 그리고 카메라를 임시 소유물로 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심각한 표정을 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싶은 대상, 그것이 꽃이던, 건물이던, 하늘이던, 바다이던 간에 우선적으로 대상을 넣은 구도를 결정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어대었다’. 모두 사진작가나 된 듯, 여기 저기 다니며, 순간순간을 잘 포착하는 듯 했다. 갑자기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우리들은 태평양 바다의 원대함, 산의 능선, 코 앞에 있는 작은 꽃들의 신비함에 함께 감탄하는 순간도 있었다.

아이들이 사진기를 통해 보는 세상은 어떠했을까.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시야는 좁고 다르다는 것을 알았겠지. 또 확대를 하다 보니 그냥 지나쳤던 것을 처음인양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아이들은 깨닫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미래가 그들의 가슴에는 그렇도록, 때로는 달리, 또는 좁게, 때때로는 확대되어, 아니면 생소하게 부각될 것이다. 그 준비과정을 시작했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쳤다.

 

중앙 오픈 업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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