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를 편히 해준 것들

연례행사처럼 12월에는 감기 아니면 독감으로 힘들다. 올해 겨울은 독감이 아니고 감기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조금 덜 아프기 때문이다.

‘감기가 독감이 되나요?’ 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감기는 라이노바이러스 (rhino-virus) 라고 코안에 살고 있는, 우리 신체 내부의 온도 보다 화씨1-2도 낮은 곳을 좋아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고, 독감은 변종이 자주 생기는 인플렌자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감기가 독감으로 되지는 않는다. 단지 합병증이 생겨서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

미국사람들이 잘 쓰는 ‘ I don’t feel good’ 이라는 말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기분 나쁘게 적당히 아프다. 몸져 누워서 아픈 것이 아니고, 여기 저기 약간씩 쑤시고, 목과 가슴 안팍도 아프다. 교과서의 증상과 완전 일치하는 증상이다.

담뇨를 덮고 불을 밝히고 이 책 저 책 읽어 본다. 오랫동안 언젠가는 읽으리라고 사 놓은 책들이 꽤 많다. 최근에 산 것으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주크가 쓴 영문판 ‘Flights’가 하나의 예이다. 이 책은 누워서 읽기에는 너무 두껍고, 불을 밝히지 않고 읽기에는 활자가 작아서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하여간 읽을 계획이다.

또 선물로 최근에 받은 책으로는 중앙일보를 통해서 알게 된 위스컨신에 사시는 최영 목사님의 ‘일본의 죄악사’, 장소현 선생님의 ‘나무는 꿈꾸네’ 라는 시집, 권소희 작가님의 ‘초록 대문집을 찾습니다’라는 수필집, 손옥형 고교 선배님의 ‘만남과 선택’이라는 자서전이다. 선배는 아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쓰다보니 책이 되었다고 했다. 나도 사위의 권고대로 ‘오픈 업’ 칼럼에 쓴 글들을 영역해서 혈통, 비혈통 영어권 젊은이들에게 읽게 해 주는 계획을 실천에 옮겨야 하겠다.

쓰레기 만도 못한 책들이라고 간주되는 책들도 있었다. 리사이클 쓰레기 통에 던져 버렸다. 이러는 내가 참 맘에 든다.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다는 내가 좋다. 예전에는 그러지 못 했기 때문이다.

2019년 동안 나에게 따뜻함과 용기를 주고, 삶을 되 돌아 보고 의미를 다시 들여다 보게 한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적지 않다. 또 같은 맥락의 일들도 많았다.

환자를 보고, 항암치료 방안을 세우고, 함께 지내온 환자들, 의사가 되도록 뒷바라지 한 엄마와 큰오빠, 일상을 도와 준 동료의사, 간호사, 테크니션, 리셉션니스트, 파킹랏 아저씨들 모두 고마웁다. 그들은 까칠했을지도 모르는 나를 ‘참아 준 사람’들이다.

그 뿐이랴. 비영리 단체이다 보니, 박봉인데도 불구하고 한글전파에 열정을 갖고 일해 온 한국어진흥재단 사무국 직원들, 철저한 봉사직에 불평 않고 시간, 열정, 재능을 기부해준 이사들, 한국정부와의 자금 조율이 어려운데도 불평하는 단체들을 얼려가며 함께 하는 엘에이 교육원, 교사들 모두 모두 고마울 뿐이다. 나를 아껴 주는 친구들, 나를 참아주는 가족들, 손주들을 빼 놓을 수 없다.

감기로 몸이 불쾌하다는 핑게로 둘째 손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곤색 캡을 집안에서 쓰고서 길게 앉아 책을 읽는다. 캡 앞쪽 이마 부분에, 아이는 엄지와 검지를 꼰 손 위에 분홍색 하트로 사랑을 표시하는 ‘코리언 러브 심볼’을 넣었다. 아~~ 정말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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