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 먹듯이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이 암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하고, 완치를 향한 지름길이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실상 나는 긍정적인 정신과 태도가 또는 대체의학이 병을 완치하게 한다는 학설에 회의적이다. 마음을 읽는 환자들은 나의 위로 섞인 충고를 헛소리라고 느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긍정적인 태도로 치료에 임하면 부작용도 쉽게 받아 들이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긍정적 사고방식 (positive thinking)’ 에 대한 세미나, 출판 서적등이 난무하는 곳이 미국이다. 이것은 19세기 파이네아스 큄비의 ‘새로운 사고방식 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리된다. 그의 제자였던 매리 베이커 에디가 쓴 ‘과학과 건강’이라는 책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자연스레 의료계 까지 침투되었다고 본다. 질병이란 마음에서 부터 오는 것이라는 견해였다. 건강한 마음을 갖고 전능하신 분에게 기도하고 용기, 희망, 믿음으로 의심이나 공포심, 걱정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면 육신의 병이 치유된다고 믿었다. 요즘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거기서 파생된 자긍심, 자가발전, 자립에 대한 아이디어는 상품화 되어, 거대한 사업으로 번창해 왔다. 이는 의료계를 좋은 쪽으로 돕기도 했지만 반대로 환자들이 입증된 올바른 치료에서 멀어지게 하는데 일조를 함으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의학윤리 및 의학사 저널’에 발표된 논문 ‘의료 안에 긍정적 생각이 차지하는 윤리’라는 제목의 논문 (Gabriel Andrade, 2019)이 대표적이다.
이 시점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친구는 암 4기에 걸려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평화로웠다. 암을 치유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뜻 깊게 해준 가족들, 친구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했다. 이 감사의 마음은 그녀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라는 태두리 안에 머물게 했다.
주치의가 ‘당신은 암 4기 입니다’ 하고 말했을 때, ‘감사합니다.’하고 대답했던 그녀다. 의사가 다시 ‘당신은 내가 한 말을 이해했습니까?’ 하고 되 물었을 때 ‘그렇습니다.’ 하였다. 친구는 세상을 떠날 준비를 했다. 가사에 관계된 모든 것을 남편에게 알렸고, 책임을 남편에게 건네 주는 과정도 거쳤다. 설것이 하는 방법, 가계부 적는 형식, 은행업무, 자산 수입관리에 대해서 가르쳤다. 친구의 남편은 일만 하였지 관리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던 터였다.
투병 중에 우리 인간들은 외롭고 비참한 마음이 들기 쉽다. 그러나 친구는 긍정적 태도로 완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억지무장하지 않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치료를 받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알리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녀는 완치되었다.
생존율 그라프는 암 진단 때 100%에서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강 선을 그린다. 아무리 악성인 암이라 해도 생존율이 2-3년 내에 0%가 되어 밑 바닥을 치지는 않는다. 꼬리부분은 예후가 나쁜 경우에도 3% 또는 5% 선을 그으면서 이어진다. 이 꼬리부분은 어떤 병, 어떤 치료라도 상관이 없이 남아있어 나는 이 점을 늘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이번에 내가 느끼게 된 것은 바로 이 꼬리부분이 긍정적 삶을 실천 하는 소수가 얻게 되는 성공적 치료의 사례라는 것이었다.
회의적인 나에게 친구는 논리를 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