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판대믹 사태로 미국내에서는 제일 처음 캘리포니아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공장소 제재를 행정명령으로 시작한지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로인해 생긴 뉴 노멀에 익숙해졌다.
새로운 스케쥴에 따라 하루를 서두르지 않고 보낸다. 미루었던 책 정리, 박스 박스 쌓여 있는 나를 대변하는 내용들을 들여다 보고 폐기한다. 하지 못했던 집안 살림도 배운다. 새 메뉴를 찾아내어 남편과 함께 요리법을 읽어보고 서로 가르치면서 요리도 한다. 혼자 하지 않고 함께 일을 하면 삶이 수월하고 즐겁다는 이론을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무거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신종 코로나 판대믹으로 직장이 닫히고 따라서 수입이 없어진 젊은층이 걱정되었다. 가장 큰 우려는 질병으로 인한 생명의 손실이지만, 은퇴 인구들과 달리 젊은 층이 겪어야 하는 실직, 학교를 갈 수 없는 자녀들을 온라인 홈•스쿨링에 참여시키고 자신들도 참여해야 하는 새로운 의무를 이해하니 마음이 더 답답했다.
우리들이 지금 겪고 있는 판대믹 같은 사태로 경제적 하향 변동이 있을 때는 정부지원 이외에도 자선(charity)활동과 구호사업(philanthropy)의 역할이 세상을 회복의 싸이클로 이끄는 힘이 된다. 보통 ‘자선활동’은 개인이나 단체, 기업들이 급한 곳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구호사업’은 문화 교육 예술 분야를 체계적으로 돕는 사회사업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국가 즉 행정부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이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도움의 절차가 복잡해서 어려운 곳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희망의 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판대믹으로 인한 사태는 중간층의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가정을 빈곤층으로 끌어내렸다. 이들이 평소에는 주는 편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받는 쪽에 서게 된 것이다.
이김에 자선과 구호사업이라는 말과 함께 짚어보고 싶은 단어가 있다. 자주 등장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단어이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단어가 지금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명사로 쓰인다. 워낙은 ‘nobility(귀족)’ 은 ‘obligates (의무가 있다)’ 라는 하나의 문장이었다. 즉 귀족들에게는 사회적인 의무가 있다는 뜻의 문구이었는데 19세기에 영어권에서 ‘귀족의 의무(nobles oblige)’ 즉 귀족의 불문화된 의무라는 뜻의 명사로 전환하여 쓰이게 됬다. 귀족제도가 거의 없는 지금, 현대의 귀족은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면 ‘셀레브리티’ 가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배우, 정치가, 돈 많은 기업가들 정도가 이 카테고리에 들어 갈 수 있지 않을가 싶다.
하지만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현대에는 다른 사람들 보다 나은 경제상태, 또 위치에 있다면 또 원한다면 누구나 기부하는 도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념을 실행하는 개인, 단체들이 생각보다 많다.
캘리포니아 사회적 거리두기 제재 한 달 후에 남가주에 있는 고교 동문회는 750여명의 동문중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특히 젊은 후배 다섯 가정과 동포들이 운영하는 자선단체 네 곳과 엘에이교육구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펀딩’을 돕는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갖고 있는 기금에서 우선 기부금을 전달하였다. 물론 도움을 줄 동문들의 이름은 비밀로 하였고, 받는 단체들에 대해서는 내용을 알렸다. 앞으로 기금이 더 모이면 또 도울 예정이다.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주었다. 우리들은 ‘오블리제’를 한 현대의 ‘노블리스’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