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들과 남는 사람들

죽음이 요즘처럼 대중에게 가까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죽음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떠난 이들을 애도하는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 죽은 이를 잡고 비통해 우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죽음이 흔하고 많아서 또는 감염의 우려 때문에 죽어가는 친지들에게서 멀리하는 것인가? 전쟁터에서는 닥치는 위험 때문에 죽음을 놓고 슬퍼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판대믹이 덮치고 있는 지금, 그런 의문이 들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매디신(NEJM)의 사설에 판대믹을 겪는 의료진, 일반인들의 생각과 태도가 잘 정리되어 있기에 나누고 싶다. 줄여서 표현해 본다.

 

‘전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는 전염병에 위협을 느낀다. 그들을 만질 수 없다. 무섭다. 죽음으로 향한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도덕적으로 무력하게 만든다.’라고 표현했다, 뉴스 미디어는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거대한 무덤 구덩이에 한꺼번에 많은 사체를 묻는 모습을 보도했다. 일반인들은 감성적으로 점점 더 솔직해지는 반면 철면피가 되어가고 있는가?

 

모든 죽음은 혼자 겪어내야 하는 여정이라고 해도 죽는 이들의 차원에서 보면 죽음은 외롭다. 죽음에 차이가 있다면 준비된 죽음인지 아닌지 일 것이다. 아니, 준비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예상된 것인지 아닌지의 차이가 우선일 것이겠다.

 

지금 같은 판대믹 때는 예외이지만, 의사라고 죽음을 많이 보지는 않는다. 예전 같지 않아서 종양학 전문의사들은 말기의 환자들을 자신이 챙기지 않고 호스피스 전문인들에게 의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보지 못하는 것이 상례이다. 일상생활의 기능을 잃어 갈 때, 다시 말해서 종말이 가까워져 오면, 완치의 개념을 버리고 증상 완화에 중점을 두는 캐어가 호스피스이다. 통계적으로 호스피스에 의뢰된 환자들은 의뢰되지 않았던 환자들보다 며칠 더 그리고 편안하게 산다. 그동안 환자와 가족들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기도 한다.

 

내가 처음으로 환자가 죽는 과정을 본 것은 인턴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되던 때였다. 우리는 백혈병을 앓고 있던 대학생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암치료제가 듣지 않았다. 항암치료제는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고 정상 세포와 면역에 중요한 백혈구를 파괴하고 있었다. 정맥주사 몇 개, 산소 호흡기, 소변 폴리 등 많은 의료 기구들이 그의 몸에 연결되어 있었다. 내 나이 또래의 형이라는 젊은이가 그의 병실에 상주하면서 그를 돌보고 있었다. 한국은 그 당시 미국과는 달리 입원환자의 수발을 가족들이 들어주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실상 나는 그 환자가 숨을 거두던 겨울 저녁에 그 환자 방에 있지 않았다. 선배 남자 레지던트가 나를 정서적 차원에서 보호하려고 방에서 내보낸 것이었다. 내가 여자 인턴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 선배 남자 레지던트에게는 자연스러운 배려이었을 것이다. 지금 같으면 성차별한다고 탄원서를 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간호 스테이션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환자가 운명한 지 십여 분이 지난 다음, 환자의 형은 나를 붙들고 절규했다.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합니까?”

“…….”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정답을 모른다.

 

이제 이 코비드-19는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 것으로 예측된다.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에볼라로 이미 많은 상처를 받은 아프리카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예방주사는 기약이 없는 상태이니 첫째는 이미 겪고 있는 우리와 같은 차원의 예방이고, 그다음은 병원의 설비 준비이다. 케냐를 예를 들어 보면, 전국 5천만 인구에 겨우 200개의 중환자실(미국은 십만 명에 34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떠난 사람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그들의 영혼 없는 몸, 소유물의 마지막 정리를 남은 이들이 해야 한다는 철칙을 생각해 보고 있다. 내가 떠나면 나의 흔적 또한 깨끗이 지우고 정리해 줄 사람이 누구인가를 숙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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