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와 친구들 (동화)

앵무새 날개는 뽀얀 하늘색이었어요. 손끝이 닿으면, 파란색은 보송보송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색깔은 만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가슴 털은 아주 찐~한 노란색이었고요. 지난주, 나를 방문했던 앵무새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했어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는 환자를 방문하는 동물 대사들이 살고 있데요. 병원에는 사람들만 병문안할 수 있고 동물 식구들은 병원 안을 들어 올 수 조차 없데요. 그런데 동물 대사들은 예외래요.

우리 집에는 일곱 살 된 고양이, 몬티가 있어요. 나는 몬티가 보고 싶었어요. 내가 백혈병에서 완치된 7년 전 생일날, 새끼 고양이 몬티는 동물 보호소에서 우리 집으로 입양되었어요. 몬티는 나를 보러 올 수 없데요. 병원 원칙이라 했어요. 슬퍼하는 나에게 동물 대사가 대신 찾아온 것이었어요. 알록달록한 앵무새가요!

동물 대사들은 여우, 원숭이, 거북이, 독수리, 앵무새들이 대부분이래요. 길들인 뱀도 있데요. 이 동물 대사들은 원래 산이나 바다에서 살았데요. 어쩌다 몸을 다쳐서 동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진 것이래요. 다친 동물들은 상처가 아물어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데요. 혼자 먹이를 찾기도 어렵고, 다른 동물들에게 먹히는 예도 있데요. 동물원에 그냥 머물게 된 동물원 식구 중에서 성품이 온순한 동물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고 대사가 된다고 했어요.

앵무새 동물 대사를 가지고 온 아저씨는 병실에 들어오시자마자, 새장 문을 열었어요. 날개를 펴고 앵무새가 방안을 빙~빙 날았어요. 아주 잠깐이요. 그러더니 앵무새는 날개를 접고 침대 이불 위에서 띠뚝 띠뚝 몇 발자국 걸었어요. 내 종아리 즈음에서 멈추어 섰어요. 그리고 한참 동안 나를 빤히 보았어요.

아저씨가 ‘하우 아 유?’ 하니까 앵무새는 ‘하우 아 유!’ 하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나는 너무나 신기해서 어떻게 앵무새에게 대답을 할지 몰랐답니다. 아빠와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오늘 아침나절, 아빠는 창문 넘어 먼 곳에 눈을 멈추고 한참을 계셨어요. 아빠 옆에 서 있던 엄마도 아주 아주 먼 곳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했어요. 아빠랑 엄마는 나의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오신 참이었어요. 그리고 보니, 참, 오랜만에 아빠와 엄마는 같은 방에 있네요.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어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일곱 살 때이었어요. 키모테라피 받느라 무척 아팠던 때였어요. 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웠어요. 나 때문에 언제나 다투셨던 것 같아서, 속상했었어요. 내가 기억하는 나는 언제나 아팠던 것 같아요. 아빠랑 둘이서만 살게 되었던 어느 날, 나 때문에 이혼했느냐고 아빠에게 물었어요. 아빠는 그냥 나를 안아 주었지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호스피스 소아 병실로 옮겨진 지, 이제 두 주가 되어가요. 나는 작년에 중학교에 입학했어요. 친구들 율이와 보니를 정말 좋아해요. 턱에 수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율이를 보니와 나는 자주 놀렸어요. 우리는 합창반에 있었는데, 테너 파트였던 율이가 갑자기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함께 합창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보니는 나보다 키가 머리 하나 정도 커요. 보니도 나처럼 아빠랑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새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백혈병이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이었어요. 이번에는 배가 많이 아팠어요. 다시 약물치료를 시작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방사선 치료를 배 전체에다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오랜만에 병실에서 만난 아빠와 엄마는 주치의의 불림을 받았던 것이었어요.

아빠는 내가 올여름 방학 때 엄마 집에 갈 수 없으리라 말씀하셨어요. 방학이 되면, 두 주 동안 나는 엄마네 집에 가서 지나곤 했거든요. 아빠는 이어서 느리게, 더듬거리면서 키모테라피는 고만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나를 바라보시는 아빠의 눈은 깊고 진하고 어두웠어요. 나는 아빠의 이런 눈을 본 적이 있어요. 백혈병이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오신 후, 나를 바라보시던 아빠의 눈이 그랬어요.

그날 밤, 나는 커다란 독수리를 타고 하늘을 훨훨 신나게 나르는 꿈을 꾸었어요. 동물 대사로 왔던 노랗고 파란 앵무새가 친구 열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내 옆에서 함께 날랐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학교 마당에는 율이와 보니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친구들은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중앙일보 6월 25일 2021년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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