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사태는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도 지속 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외출을 금하다 보니, 새로운 양상의 틀이 잡히고 있다. 예전에는 안 보던 TV인데, 요즘은 TV 앞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젠 넷플릭스 고객이 되었다. 한국 드라마에 맛 들이고, 새로운 모국의 문화를 배운다. 그런데, 가끔 이해되지 않는 신조어를 접한다. 어떤 경우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합치고, 그 중 몇 자는 생략한 말들이 들린다. 안타깝기도 하다. 자꾸 한국말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 노파심인가?
외국어 병합 신조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웬일로 수저 타령이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나무 수저, 흙수저. 새로 형성되어 가고 있는 수저 계급제도가 새로운 한국인의 신분질서인 모양이다. 수저계급론은 경제적인 수직적 관계를 지칭하는 뉘앙스가 진하다. 그래서 빈부의 격차를 암시하고, 빈부의 차이는 교육의 균등을 침해하므로, 좀 침침한 이론이기는 하다.
계급이란 신분이나, 재산, 직업, 교육정도가 비슷한 사람들이 만드는 집단이라는 정의를 읽었다. 그런데 나는 한국의 계급제도는 일본인들의 강점기 때, 그리고 육이오 한국전쟁으로 모두 말살되어버린 것으로 알고 있었다. 좀 더 찾아보니, 계급이나 신분은 실상 불평등을 의미하는 단어로써, 계급은 법제적으로 정해진 사회의 불평등이고, 신분이란 법제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의식적 불평등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은 법적인 불평등은 없지만, 의식적 불평등 속에서 아직 살고 있는지 모른다.
또 하나의 말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이 말은 프랑스 말로, 영어나 한국말로 번역되지 않은 채 한국에서 그리고 영어권 나라인 미국에서 자연스레 쓰이고 있다. 프랑스가 유럽에서 오랫동안 패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말과 프랑스 문화가 여러 나라 중, 특히 영국의 상류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러다 보니 이 단어도 그냥 원래대로 남아있게 된 모양이다.
‘노블레스’는 영어로는 ‘노블(noble)’이고, 귀하다는 뜻이다. ‘오블리주’는 ‘obligation’으로 책임이라는 뜻이다. 복합단어의 뜻을 풀이하여보면, 귀족 층은 일반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리면서 살기 때문에, 그 특권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뜻이다. 알고 보면 멋진 말이다. 이 멋진 뜻은 기원전 600 년 경, 호머의 ‘일리아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귀족 계급이 없어진지 오래되지만 의식적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 노블레스에 속하는 사람들, 계층은 누구일까? 여기에 나의 모국인들이 즐겨 쓰는 수저계급론을 접목해서 생각해 본다. 그런데 수저계급론의 시초는 미국이다. 아무개는 은수저를 입에물고 태어낳다는 표현에서 시작되었다. 중세기 유럽에서는 각자가 자기의 스푼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필요에 따라 꺼내서 썼다고 한다. 그러니 스푼이 나무인지, 은인지 금방 보였을 것이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동수저가 좋다. 동(銅)은 사실 광물질 브라스 또는 커퍼를 뜻하는데, 동수저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뜻한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인류가 발견하고, 발전시킨 물질 중 가장 획기적인 은 물질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약 110년 전에 영국인 헤리 브리얼리(Harry Brearley)가 총기가 녹슬고 단단하지 않아 우연히 크로미움을 철에 섞으면서 발명된 것인데, 철에 약 12%의 크롬을 섞은 것이다. 철은 고세대부터 쓰던 것으로 오래 쓰면 녹이 쓸지만 크롬이 들어가면 녹 쓰는 것도 방지하고, 단단하고, 오래가며, 섭씨 1200도 까지의 고열을 견디고 값도 싸다. 얼마나 위생적인가!
스테인리스 스틸은 의학기구, 쿡킹용기, 오븐, 자동차 부속품, 건축자제로 다양하게 쓰인다. 무엇보다도 의학기구의 대부분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되어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발명되자마자부터 의학기구를 만드는데 쓰였다. 그 후, 맥주 발효 통, 비행기, 잠수 TV, 세탁기등을 만드는데 쓰였다. 현재 중국이 최대 스테인리스 스틸 생성국가이고, 중국은 12년전 약 천 백만대의 세탁기를 만들었으니, 그들이 쓴 스테인리스 스틸의 양은 기하급수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수저 계급을 생각해 본다. 금수저와 은수저까지일 것 같지만, 동수저급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얼마든지 실천하면서 살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