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픈업]이중언어의 의학적 의미와 ‘K-파우어’

중학교에 진급했을 때, 영어는 제 일 외국어로, 필수과목이었고 고교 때에는 제2외국어를 택해야 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사셨던 나의 부모 세대에는 외국어인 일본어가 국어로써 자리했었고, 이를 강제로 배우고 써야 했다. 이 두 세대가 겪은 어학 교육의 차이가 있다면 뿌리 교육 한글의 존재 여부이다. 영어가 외국어 수업의 필수과목이었던 광복 이후의 세대는 기본적인 한글 교육을 토대로 해서, 이중언어 개념을 갖고 영어를 대하고, 배운 셈이다.

이중언어 습득이 뇌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인 개념은 부모님 세대 때에 강습한 일본어, 우리 세대에 접해온 영어 교육을 거꾸로 증명한다. 그러한 리포트는 1970년 대 이후에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이중언어의 타당성을 정치가 개입하면서 인정도 받고, 부정도 되었던 미국의 이중언어 교육의 역사이지만, 이중언어 습득이,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힘이 난다.

의학적으로 뇌의 표면적은 아이큐(IQ) 높낮이와 어느 정도 비례하는데, 뇌면적의 크기는 사회경제적 등급과 관련이 있다. 다시 설명해 보면 사회경제 계층의 부유한 환경, 한국분들이 자주 표현하는 금수저 계급에 속한 아이들에게는 사회경제가 그들의 뇌 표면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일 껏이다. 이중언어가 저소득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달리, 이 그룹에게는 이중언어 습득과 뇌표면적 크기, 아이큐 상승은 무관하다는 이론이다.

5살 이전에 빈곤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의 아이큐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5-13점이 낮다는 컬럼비아대학 연구보고가 있다 (Fron. Neurosci., 04, Sept, 2014, Natalie H. Brito, Kimberly G. Noble). 이 연구서에는 낮은 사회경제 계층 아이들이 이중언어를 배울 경우 뇌표면적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희망적인 보고를 해서, 이중언어의 장점을 반증했다.

이를 증명하는 또 다른 연구보고를 2014년에 토마스 백(Thomas Bak) 교수가 했다. 1947년에 11살이었던 853명의 어린이들이 70살 대에 이른 2008년-2010년에 다시 테스트한 것이다. 이중언어를 한 그룹은 한 가지 언어만 하고 산 사람들 보다 그 인지도, 지성, 읽는 능력등이 앞섰고, 경제적으로도 앞섰다는 것이다. 이중언어를 성인이 된 후에 습득해도 효과는 역시 있다는 추서가 있었다.

디아스포라 한국인들은 어느 나라에 정착해도 두 가지 사업을 반드시 이루는 것 같다. 한글을 차세대에게 가르치는 것과 한국인들끼리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돕는 것이다. 우리 한인 조상 디아스포라가 했던 이러한 사업들은 사탕수수 밭, 오랜지 밭, 한인 교회에서 이루어졌다. 지금 세대에는 주말 학교에서 한인혈통 청소년들이, 정규학교에서는 비한인, 한국어를 서서히 잃어 가고 있는 혈통 2세, 3세, 4세들이 한국어 클래스를 택하는 반전을 보인다. 엘에이 지역만 해도 8,500여명이 80여개의 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참고로 5천만 미 전역 공립학교 학생들 중에 1천 1백만(약20%) 의 학생들이 400여 개의 다른 언어로 가정에서 소통한다고 한다. 엘에이 교육구에는 90여 개의 언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도 참 많이 변했다. 1998년 캘리포니아 프로포지션 227로 공립학교에서 학생의 모국어를 무시하고 학과목은 ‘English Only’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학생들이 미국에서 태어 난 경우일지라도, 부모, 조부모가 이민자라면 그들의 모국어가 아이들에게는 주는 뜻은 깊다. 이 철칙을 무시한 법이었다. 대법원은 모국어를 학교에서 못 쓰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정했다. 캘리포니아는 2016년 프로포지션 58로 다시금 모국어를 쓸 수 있게 끔 프로포지션 227 판례를 뒤집었다.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백인이 주류가 되어 시작되었던 미국은 유럽 출신 백인 이민자들을 우대했고 초창기에는 그들의 이중언어 교육도 받아들였다. 17세기에 버지나아 주에서는 폴랜드어-영어, 1839년 오하이오 주에서는 독일어-영어, 1847년 루이지아나 주에서는 프랑스어-영어, 1850년 뉴멕시코주에서는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 교육이 그 예이다. 세계 일차대전으로 독일에 대한 경계심은 모든 이중언어를 폐쇄한다. 대법원은 이 역시 위헌이라고 판정했다.

이중언어의 폐쇄는 영어를 못하는 어린이들이 학과 공부에서 처지고, 클래스에서 깔 보이게 했고, 열등감을 조성했으며, 결국 홀대받는 클래스로 밀어 버리기 쉽게 했다고 본다. 어떤 나라, 어떤 민족의 언어를 미국이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 결정했던 것 같다. 지금 우리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은 한글의 과학적, 의학적 우수성에 힘입어, 한국어 교육의 장점을 알리고, 한글의 진흥에 박찰을 가하고 있다. 이 어려운 사업은 K-POP, K-Culture, K-Food, K-Beauty가 시너지 역할을 해 줌으로써, 어깨에 지어진 무게를 좀 덜고 있다. 모국 교육부도 힘을 실어 준다.

지난달 8월에 한국 혈통의 학생이 1%도 되지 않는 두 학교에 한국어가 세계언어 선택과목 중의 하나로 채택되었다. 한국어 클래스를 학생들이 요구하여서 일어난 사건(!)이다.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K-파우어’, ‘한국다움(Koreaness)’을 앞세우면서 가슴을 펴고 살아가면 되겠다.

2023.9.26 중앙일보 칼럼 오픈 업 : 칼럼은 modify 되어서 publish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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