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태양

‘45세 남성 · 암 4기 · 첫 발생 장기 : 모름 · 넓적다리뼈 골절 사흘 전 핀으로 고정했음 · 극심한 아픔을 호소함 · 방사선 치료 가능 여부를 의뢰함.’ 의뢰되어 온 남자 환자는 휠체어에 앉아 진찰실에서 의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겐 그가 한국인으로 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진흙 색 피부, 벌어진 어깨, 소매 없는 러닝셔츠 상의에 반바지 … 나의 이름은 태양 계속 읽기

미역 한 다발

“자, 모두 조용하그라!” “…….” “곧 부활절이 다가오니께, 예수님에 대한 글짓기를 해 볼까?” 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국어 선생님은 열댓 명 되는 급우들에게 누렇게 변한 오래된 갱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시며 말씀하셨어요. 나는 쓸 말이 없었어요. 나는 예수님을 알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았어요. 우리 반 학생들이 갱지를 메꾸지 못하는 것을 보신 … 미역 한 다발 계속 읽기

앵무새와 친구들 (동화)

앵무새 날개는 뽀얀 하늘색이었어요. 손끝이 닿으면, 파란색은 보송보송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색깔은 만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가슴 털은 아주 찐~한 노란색이었고요. 지난주, 나를 방문했던 앵무새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했어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는 환자를 방문하는 동물 대사들이 살고 있데요. 병원에는 사람들만 병문안할 수 있고 동물 식구들은 병원 안을 들어 올 수 조차 없데요. 그런데 동물 대사들은 예외래요. … 앵무새와 친구들 (동화) 계속 읽기

열무김치를 담그며

이 수필은 2021년 8월 8일 중앙일보 문예난에 발표됨. 오늘 오후 열무김치를 담그는 대대적인 행사를 치렀다. 내가 ‘작이’가 되는 날이었다. 많이 만들던, 조금 만들던, 김치를 만든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일이다. 담구어 놓은 김치를 사서 밥상에 올리면 쉽겠지만 만들어 먹는 습관이 된 지 오래된 터라 단순한 내 김치 맛에 길들여진 나와 식구들이다. 나는 새색시이고 남편은 풋풋한 청년이었던 시절에 … 열무김치를 담그며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