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모니카 수필가
기사입력 2025-03-30 [17:19]
인도네시아에 이어 싱가포르 여행에 나섰다. 치과 의사인 조카가 10여 년 전에 중국계 싱가포르 청년을 만나서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조카사위 부모님들은 오래전 젊으셨을 때 싱가포르로 이주해 그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2세를 교육한 중국계다.
싱가포르 인구의 약 75%가 중국계이고 9% 정도가 인근 인도 출신들이다. 한국 면적의 약 3%밖에 안 될 정도로 작고, 천연자원도 거의 없다. 63개의 작은 섬들에 둘러싸인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영국과 네덜란드가, 이차대전 이전 3년 동안은 일본이 점령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합병됐다가 한국보다 좀 늦은 1959년에 독립했고, 공식 독립선언은 1965년이다. 지금은 세계 정보통신 산업과 금융시장, 글로벌 사업체의 허브이고, 국제회의, 국제 전시회 장소로도 선호되고 있다. 세계적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관광청 통계에 의하면 2022년 한 해 동안 63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했고 143억 달러 수입을 창출했다고 한다. 앞서 방문했던 인도네시아와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우리는 제일 먼저 마리나 해변부터 찾았다. 이곳 초입에 그들의 마스코트 ‘바다사자’ 석상이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몸체는 물고기이고, 얼굴과 상체는 사자다. 사자의 벌린 큰 입에서 물이 작은 폭포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근방 산책로에는 하늘을 향해 펼쳐진 흰 연꽃 모습의 예술 과학 박물관과 버섯을 펼쳐 놓은 모양의 ‘수퍼트리’라고 불리는 18개의 인공 수직 나무가 서 있다. 그중 두 개의 수퍼트리 꼭대기를 연결해서 만든 산책로를 걷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땅에서도 보였다. 이 수퍼트리에는 총 22만6천개의 나무가 심어지어 있고, 관개수로(灌漑水路)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3개의 카시노 호텔 타우어가 운하 저수지 건너편 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배 모양으로 조형된 ‘하늘의 정원’ 전망대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다. 무려 3에이커(약 3,672평)의 면적으로 그야말로 하늘의 정원이어서 방문객들이 산책도 하고, 수영도 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그들이 자랑하는 최고의 요리를 먹을 수도 있다. 이 높은 곳, 하늘 가까이에서 땅 위의 인위적 문화 공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니 놀랍다. 그런데 주인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라고 한다. 몇 년 후에는 네 번째 타워를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동아시아 전문 교수이었던 에즈라 보겔은 30년 전 그의 저서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이라는 용어를 썼다.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와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그는 한국보다 중국과 일본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나 한국과 싱가폴의 발전상을 생각하면 그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싱가포르. 한때 초라하고 가난했던 어촌이 지금은 세계 IT와 무역센터를 품고 있다. 초대 총리이었던 중국계 리관류(1923~2015)의 공로라고 한다. 한국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더위를 참으며 열심히 일하던 그때, 그는 연평균 섭씨 25도에서 31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기후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컨을 마음껏 쓸수 있는 정책을 썼다. 그래서 싱가포르 경제 성장의 큰 역할을 에어컨이 했다는 뒷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되지만, 그가 원했기 때문에 그의 동상은 싱가포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양인들이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것과 달리 아시안들은 정직하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부를 원한다’(1992)고 말했던 그가 지금의 싱가포르 기반을 깔아 놓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