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포머(변전기)’와 ‘트렌스포머’

지금 반은퇴의 삶을 살고 있는 여의사, 아내이고 엄마이며 할머니인 내가 지난 날을 뒤 돌아볼 때 아이들 또 남편과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적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환자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나?

양(量) 보다 질(質)이 더 중요하다고 자신을 위로해 보면서 젊었을 때, 평일 반나절을 아이(들)과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학교에 노트를 써 주고 퇴교시켜 시간을 함께 했던 일들이다.

아이(들)은 의외로 좋아하였다. 우선 엄마가 공부만을 강조하지 않고 함께 놀자고 결강을 시킨다는 것이 ‘쿨~’ 했던 모양이다. 뮤지엄에 들려 전시회를 보면서 너무 빨리 움직여서 어지럽기만 한 나날의 탬포를 느리게 재 조정했다. 그리고 레스토랑으로 이동해서 점심을 같이 했다. 그 후 다시 오후 수업을 듣도록 학교로 데려다 주었다.

여기서 내가 아이(들)이라고 쓰는 이유는 데이트를 할 때 두 아이와 함께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이 차이가 있어 다른 계급의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래서 그 애들은 각각 다른 세상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큰아이가 대학 다닐 때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점심에 또 엄마로서 아이와 하는 시간에 관심을 100% 상대편에게 주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 마다 우리들은 참 좋은 시간을 보냈다. 기억컨데 우리는 화사한 햇빛을 함께 하며 작품에 대해서, 공부에 대해서, 친구들에 대해서, 문제라고 보이는 사건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시 뒤 돌아보니 그랬던 것은 참으로 잘 한 일 같다. 지금을 사는 젊은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제 딸들은 엄마가 되었다. 어제 오후 나는 벼르고 벼르던 손주와의 데이트 임무를 해 냈다. 여러 모로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내 딸(들)과 하던 데이트와는 달랐다. 손주는 겨우 세살이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만한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보바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했다. 나는 그린 티 보바, 녀석은 초콜렛 보바를 택했다. 녀석은 그린 티 보바를 한 모금 맛 보고는 아주 맛이 없다고 악평했고 나는 녀석의 초콜렛 보바를 혹평했다.

녀석과 데이트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렇다. 작년 한국에 갔다가 한참 유행이라는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사다 주었다. 험하게 놀다보니 깨어진 것이다. 깨어지고 나니 아쉽고 속 상했던 모양이었다. 볼 때 마다 ‘코리언 트렌스포머’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그 대치물을 사기 위한 데이트였다. 장난감을 사서 건네는 것이 쉽겠지만 그 보다 함께 시간을 하면서 장남감들을 둘러보고, 비교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녀석은 빨간 독수리가 빨간 스포츠 카로 변하는 트렌스포머를 골랐다.

실상 ‘트렌스포머’라는 단어가 ‘변전기(트렌스포머)’의 영역을 떠나 장난감, 만화영화에 쓰이는 것이 나에게는 생소하다. 생활에 필수인 ‘트렌스포머(변전기)’는 크로에시아 출신 이민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한 것이다. 천재였던 테슬라가 사회에 기여했던 많은 발명기기들, 그의 발명품을 사들였던 웨스팅하우스, 그의 재능을 잠깐 이용했던 비지니스에 밝았던 토마스 에디슨의 이야기는 읽어 볼 만하다. 그 이야기까지 손주에게 해 주기에는 복잡해서 접었다.

내 머리 안에 있는 ‘트렌스포머’와 손주가 손에 쥐고 있는 ‘트렌스포머’는 언제나 서로를 알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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