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준비를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 에 대한 이야기를 친우에게서 듣고 비디오 가게에서 CD를 빌려다 보았다.
서울시 강남구 주택지에 병원이 제공하는 맨숀에서 사는 가정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정형외과 과장 아들이 서울의대 입학허가를 받게 된 것을 축하하는 파티 장면으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사중주 생음악이 연주되고, 격식 차린 테이블 쎗팅이 멋있다. 포도주 잔만 해도 두개, 물 컵, 크고 작은 포크와 칼등 상위층 살림을 부각시키고 있다. 파티 다음 날 아들은 여행을 빙자해 가출하고, 완벽한 입학 준비를 시켰던 성공의 롤모델 여인은 자살한다.
이야기는 또 다른 한 가정의 하바드대학 유학이 조작이었다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대학입시 코디의 코치를 받으면서 서울의대를 목표로 공부시키던 드라마 주역격인 가정은 시험지 유출 사건, 완벽했던 사모님의 신분세탁 과거사, 숨겨졌던 딸의 살해사건으로 이야기가 복잡히 얽힌다. 완벽주의, 일등병(一等病)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짜집기 그림이다.
이 드라마에서 사회는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라는 관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급우는 함께 공부하고 함께 노는 붕우(朋友)가 아니라 경쟁자이여야 함을 강요한다. 부모들은 부정, 부패, 거액의 투자도 감수하고 아이들을 세뇌하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는 1989년 뉴잉글랜드 지방 어느 남학생 보딩스쿨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Dead Poet’s Society(죽은 시인들의 모임)’ 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를 쓴 탐 슐만은 시나리오 부분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내용은 그가 경험했던 고교시절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주연배우 로빈 윌리암스의 연기도 기록될만 했다. 이 영화 역시 부모의 꿈과 계획을 살아내기 위해 남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집단좌절을 표현했다. 꿈을 나누던 비밀스런 통로 ‘죽은 시인들의 모임’ 이라는 동아리활동에서 옛 시인들의 시를 읽고, 자신들의 작품도 나눈다.
이 드라마와 그 영화는 30년의 나이 차이가 있고, 동양과 서양의 배경도 다르지만 높은 교육열로 인한 부모와 자녀간의 불협화음, 상하조직 체제 안에서 보이는 흔들리는 힘의 균형, 교육을 빙자한 사교육의 치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결국 커다란 파도에 헛개비는 밀리고 허물어진다. 귀한 것들을 잃은 뒤, 빈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에도 영리 목적을 가진 대학 카운슬러들이 있다. 1976년에 공인된 IECA(Independent Educational Consultants Association)라는 코디들의 협회는 코디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한다. 코디는 학생이 원하는 것, 희망사항, 관심사, 선호하는 것들에 준해서 첫 단계 역할인 대학의 리스트를 뽑아 준다는 것이다. 긍국적으로 자신이 갈 학교를 결정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이다. 이 협의회의 자체 보도에 의하면 일 년에 십6만의 학생들이 사립 코디를 고용한다고 한다. 약 4백만의 대학입시생들이 있는 미국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4%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한 미국, 미용학교로부터 하바드 대학까지 7천 여 개의 대학이 있고, 학연이나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미국 학생들은 복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완벽한 SAT 시험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 있는 학원으로 원정 과외공부를 보내는 학부형들이 있다는 소식은 괴롭고 또 슬프다. 좋은 씨스템을 최대한 알아내고 활용하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좋은 모범을 보이는 부모로서 밥상머리 교육을 할 때 차세대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며 살아 갈 것이다.
그리고 실상 우리 문화에서는 행해지지 않고 있는 ‘성인식’ 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해 줌으로써, 그들이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자아를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과 함께 기뻐 할 수 있는 심적, 영적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