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바람에 한국어 교육 접목시킬 기회” 한국어진흥재단 모니카 류 이사장 김석하 선임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10/1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9/10/14 11:23
능동적 디아스포라의 핵심은 한국어
더 많은 공립학교 한국어반 개설 목표
좋아하는 한국 단어는 ‘평정’ ‘평강’

모니카 류 이사장은 미국에서 한국어의 의미를 “한국어 안에 해외동포가 있고, 한국어가 우리를 확장시킨다”고 했다. [김상진 기자]
한국어진흥재단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한글날인 9일 대규모 만찬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LA통합교육구를 비롯한 각 교육구의 교육자 등 각계인사가 참석했다. 특히 올해 캘리포니아 주가 해외 최초로 ‘한글날’을 제정해 이번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모니카 류 이사장을 만나 미국에서 한국어의 의미, 재단의 목적 등을 들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한글의 날이 제정됐다. 실질적인 의미는.

“유대인들의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와 욤키퍼(Yom Kippur)는 그들만의 명절이지만 유대인 밀집 지역에서는 학교가 다 쉰다. 한글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글의 우수성 해례본이 유네스코에 채택되었던 것처럼 글자로서 만들어진 이유 만들어진 년도 만든 사람이 알려진 글은 한글밖에 없다. 무척 쉽고 아주 과학적인 문자라는 것이 더더욱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한글 단어를 좋아하나.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평정’ 또는 ‘평강’이라는 단어다. 세속 안에서 잡음을 멀리하고 마음의 밸런스를 갖춘다는 의미가 좋다.”

-그러고 보면 재단은 25년간 별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선배 이사들과 현 이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칼럼 등을 통해 한국어를 ‘소울 언어(soul language)’라고 했는데.

“한국사람인 나에게 ‘나의 영(靈)’을 맑게 유지하게 하고 침범당하지 않게 하는 언어라는 뜻에서 한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가 내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서로(한국어 영어) 시너지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서로 파괴한다고는 볼 수는 없다. 즉 ‘퓨전 소울 언어(fusion soul language)’가 된 것이다.”

-언어와 정신과는 정말 밀접한 관계가 있나. 의사로서 어떤 의견인가.

“물론이다. 언어는 마음을 그리고 생각을 표현한다. 정신도 다를 바 없다. 언어를 이용한 표현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대충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뇌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그 생각을 언어로 정리해서 활용ㆍ표현한다. 간혹 뇌와 언어의 표현 사이에서 헤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을 ‘verbal diarrhea’ 라고 표현하는데 ‘언어 설사’라고 할까. 복잡한 생각으로 자신을 잃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교사 의사가 되거나 리더가 되기 어렵다.”

-1.5세나 2세들처럼 한국어와 영어 둘 다 구사하는 사람의 정신 세계는 어떤가.

“두 언어로 세상을 표현하고 합성해서 표현하는 것은 멋지지 않은가. 한국어에 또는 영어에 모자라거나 적합한 표현이 딱히 없는 경우 빌려다 쓸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정신세계 또한 두 세상을 모두 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

“한국의 가부장적 사고 방식(수직적 인식) 때문에 피해자가 된 사람은 영어의 세계에서 부여하는 수평적인 인식을 받아들이면서 가해자에게 대응할 수 있는 이론을 성립하는 정신세계를 만들고 살 수 있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또 이미 피해받은 희생자들을 일깨우고 치유시키며 세상의 작은 리더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사장 개인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나.

“내 삶을 세 기간으로 나누어 바라본다. 한국에서 첫 18년의 삶은 ‘스쿨링(schooling)’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나의 뜻이 무엇인지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학교 가라 그래서 갔고 그렇게 지난 것 같다. 자유로운 생각 창의적 생각의 발표력 뜻의 발표력 (미술로 표현하는 것) 등이 억제됐다.”

-이해한다. 사실 1세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 다음은.

“미국에서 20년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실상 싸움은 의과대학을 진학한 때부터 시작됐다. 나를 찾기 위한 나 자신과의 아주 긴 싸움이었다.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했다. 이 무렵 나는 ‘잃어 버린 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는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나를 싫어했다. 의학논문을 쓸 때도 내가 받았던 교육이 나를 못살게 굴었다.”

-2 3세들에게 귀중한 교훈이 될 거 같다. 그 이후는.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리려(undo)’고 노력했다. 주입되었던 것들을 풀어서 재입력 시켜야 했다. 의학 이외의 다른 일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수업도 들어보고 친구가 하는 다단계 사업에도 고개를 돌려봤다. 물론 거기에 맞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약 35년간은 평화롭게 나 자신을 보며 나다운 방식으로 일한다. 모든 것은 가식이 없고 주입된 것이 아니며 나의 눈으로 보고 내 가슴으로 느끼고 내 머리로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라고 대통령은 한글날 메시지를 전했다. 해외동포 사회에서 한글은 어떤 의미일까.

“‘능동적 디아스포라’의 핵심이다. 디아스포라의 원래 의미는 내 뜻이 아닌 외부의 힘으로 내가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는 부정적인 뜻이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내가 원해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구심체가 되는 것이 언어다. 따라서 나는 ‘한국어 안에 우리 해외동포가 있고 한국어가 우리를 확장시킨다’고 말하고 싶다.”

-재단의 목적은.

“언급한 대로 한국어를 세계 언어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각 공립학교에 한국어반을 많이 개설하는 것이다. 특히 칼리지보드가 AP(Advanced Placement) 시험에 한국어를 도입하게 해서 실력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 고급 한국문화를 배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끔 하겠다. 마침 한류 바람(K팝 K푸드 K드라마)이 부는 이때에 이 시류를 자연스럽게 한국어 교육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저변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모니카 류 이사장은…
1966년 이화여자대학 의예과, 의과대학. 1976~80년 뉴욕주립대학 의과대학 종양 방사선과. 1980-현재까지 카이저 병원 종양 방사선과 전문의. 2007~현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17~현재 한국어 진흥재단 이사장. 2018년 대통령 상 포상.

한국어진흥재단-세종학당 손잡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6 미주판 6면 2019/08/24 12:47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류 모니카)과 세종학당재단(이사장 강현화)이 미국내 한국어 보급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어진흥재단과 세종학당재단은 지난 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앞으로 한국어 교육 확대를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강현화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손우성 미국거점 세종학당 사무소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두 재단은 협약에 따라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한 CSET(캘리포니아주 과목별 시험) 한국어 교사시험 대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한 협약 내용에 따라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수업을 제공하는 등 한국어 교육과정 및 한국 문화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게 된다.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미국내 좀 더 다양한 대상에게 한국어 클래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양자 간 협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듀 팟: 모니카 류 방사선암 전문의 장연화기자와의 면담으로 이루어지는 스트리밍

방사선 종양 전문의이며,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딸을 둔 ‘하버드맘’이기도 합니다. 미국 공립학교에 한국어 과정을 설치하는데 앞장서는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으로의 활동과 하버드맘의 경험을 학부모들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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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Monica C. Ryoo 는 교육가는 아니지만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의사로서 자신이 겪은 경험과 실수를 나눈다

“한글을 ‘세계문자’ 만드는데 앞장서요” 창립 25주년 한국어진흥재단 태글리안서 한글날 만찬 행사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LA중앙일보] 발행 2019/09/30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9/09/28 13:24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이 창립후 첫 갈라를 오는 10월9일 한글날에 주최한다.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모니카 류)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한글날인 오는 10월 9일 할리우드에 있는 태글리안 콤플렉스(Taglyan Complex·1201 Vine St. LA)에서 대대적인 만찬 행사를 연다.

재단 설립후 처음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재단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활동, 앞으로의 계획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념 책자를 제작했다. 또한 LA통합교육구(LAUSD)를 비롯해 각 교육구의 교육자들을 대거 만찬에 초대해 네트워크를 다진다.

무엇보다 최근 가주 하원의회에서 10월 9일을 한글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ARC 109)이 최종 통과된 후 처음 맞게 되는 한글날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재단의 이사진 모두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모니카 류 이사장은 “이미 25년 전에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재단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한국어진흥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한인들과 단체들에게 우리의 업무와 활동을 널리 알리자는 생각에 작년부터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류 이사장은 “가주 의회가 10월 9일을 한글의 날로 기념할 수 있는 결의안을 통과시킨후 한글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가주에 한글의 날이 널리 알려지고 기념되는 행사가 많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류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어반이 개설되도록 교육구와 행정가들을 설득하는 일과 새롭게 바뀌는 커리큘럼에 맞게 한국어 교재를 개정하고 교사연수를 진행하는 일은 꾸준히 했지만 AP한국어반 개설 목표는 정체돼 있었다”며 “미국 공립학교에 한국어 교육이 더 확산되려면 AP한국어반 설립은 필수인 것 같다. 앞으로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어 교사 양성 계획도 소개했다. 예비 한국어 교사들의 실습 활동 지원을 위해 최근 세종학당과 업무협정을 맺었다고 설명한 류 이사장은 “한국어가 확산되려면 한국어 교사는 필수다. 예비 한국어 교사가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양성 세미나와 시험준비반 등을 통해 1.5세와 2세 한국어 교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어 세계화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또 한국어는 전통 문화와 음식문화 등과 함께 가르치면 더 빨리 퍼지고 배우게 됩니다. 한국어 교육이 잘 뻗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삶을 바꾸는 소중한 만남

[LA중앙일보] 발행 2019/11/30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9/11/29 18:22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다. 본인의 의지가 무시된 것이 생의 시작이지만 만남 또한 의지가 무시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살아가면서 많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뒤돌아보면 나에게는 좋은 만남이 많았다. 대부분이 환자들이었고 그들에게는 아픔의 순간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뜻이 깊었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질병에 대해 배우며 익숙해졌고, 죽음이 내포된 삶을 숙고했다. 그들과의 만남은 나와 그들을 겸손하게 했을 것이다.

어떤 만남은 삶의 진로를 변경하는 힘이 있다. 스펙이 부족했던 나에게 다른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외과 교수와의 만남이 그 예다. 교수가 인도했던 길에서 남편도 만났다. 인도와 만남은 그 이후에도 나를 또 다른 길로 이끌었다. 뉴욕주립대학 병원에서의 수련의 과정이 이어졌고, 그곳에서 만난 과장은 카이저 병원의 종양방사선과 과장에게 나를 추천했다.

나는 이쯤해서 내적 이야기를 조금은 해야한다. 만남이란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시작한 수련의 기간 동안 겪었던 내적 단련은 사고방식의 재정비라고 생각된다. 궁극적으로 이 기간동안 했던 자신과의 싸움은 끝났고 평화를 얻었다.
평화는 글을 쓸 수 있게 했다. 내 환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지식으로만 풀지 않고 마음으로 풀어서 글로 엮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거기에 의학에 대한 내용은 한 두 줄이면 족했다. 간혹 의학이 아닌 이야기도 썼다. 이는 중앙일보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만남은 계속됐다. 5년 전 신문에 ‘오픈 업’ 칼럼을 통해 나간 ‘외국어 한글 표기에 대한 조언’이라는 글을 읽고, 신문사를 통해 연락해 온 인생 선배가 그중 한 명이다. 동부에 살던 선배는 한글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과학자였다. 선배는 나보다 이미 10년 전에 한국정부에 한글세계화 지원을 건의했다고 한다.

글을 통한 선배와의 만남은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은 아니었지만 의롭고, 희망적인 것이었다. 선배와는 종종 이메일로 연락하고 지냈다. 지난 주 워싱턴에 출장을 갔을 때 연락을 했다. 선배는 한글세계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 두 명을 초대해 자리를 마련했다. 두 사람 역시 과학자다. 조용히 한글세계화에 동참해 온 그들과의 만남은 뜻깊고 따뜻했다. 한국어진흥재단의 역사, 즉 미국 한인사회의 한글교육에 대한 역사를 엮은 책을 전하고 헤어졌다.

고 정채봉 작가의 ‘만남’이라는 수필이 생각났다. ‘변화는 만남으로서만이 가능하다’라는 칡나무와 잣나무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만남이 삶의 진로를 바꾸어 오랜 세월 끝에 잣나무는 섬진강의 배가 되고, 칡나무는 절의 기둥이 됐다고 한다.

워싱턴에서의 만남은 좋고도 귀했다. 그 만남은 나에게 또 다른 변화의 용기를 줄 것이다.

 

동부에서 만났던 선배들은 김진도, 김용덕, 한기택 박사님들이시고, 이 중 두분의 사모님들이 저의 고교 선배님이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