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남의 하이라이트

어제 점심에 제가 편안해 하는, 만나서 즐거운 분들과 함께 점심을 했습니다. 제 남편도 참석해 주었습니다(제 쪽의 손님들이었지만!). 한 분의 여자, 다섯분의 남자 그리고 우리 부부였는데, 우리 부부가 가장 연대가 높은 ‘꼰대’였지요.

어제 대화의 하이라이트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었고, social anthropology 의 변화이었습니다. 일반대학, 의과대학에서도 여성입학의 비율이 높아졌고, 어느 고교 모의고사 성적도 일등에서 11들 까지가 모두 여학생이었다고 합니다.

—- 한국 재판장에 가면 판사도 여자, 검사도 여자, 변호사도 여자이고 범인만 남자이다.       —- 남성우월의 시대가 지났고 어리버리 한 남자들이다 보니 남학생들에게 시험성적을 매길 때          가산점수 40-50점 정도를 주어야 한다!!!                                         —- 똘똘한 여자아이들이 수석으로 또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사회에 나가면 혼동되는 것이       회사나 정부기관의 보스들은 모두 남자라는 것이다. 이점이 혼동되고 화가 난다고 한다.    
—- 남자들의 반응도 똑 같다고 한다.

 

2019년은 채식의 해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다. 큰 아이가 십대 초반이었던 어느 저녁이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음식이 준비된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식탁에는 불고기와 김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들이 ‘오늘부터 고기와 생선은 안 먹을 계획’이라고 선포하는 것이 아닌가?

이민 일세인 우리 부부와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문화적으로 대조되는 음식에도 반감을 갖지 않고 살아 왔는데, 생태계 일원의 한 부분에 대한 거부 선언은 조금 의아로웠다.

아이들이 고기와 생선을 안 먹기로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밥상에 올라오는 고기 조각들이 한 때는 살아 움직이던 소, 돼지, 닭들의 일부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인간들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 태어나고, 사육되고, 살육되어 수퍼마켓에 공급되고 있는 고기덩어리 보통은 네모난 조각들의 준비 과정은 토하고 싶을 만큼 어둡고 잔인하고 아펏다고 했다.

나도 그 때 채식만 하기로 결정했다.

채식주의 카테고리에는 대충 다섯 종류가 있다. 고기는 전혀 먹지 않지만 계란종류를 먹는 부류(ovo-vegetarian), 우유 먹는 부류(lacto-vegetarian), 둘 다 먹는 부류(lacto-ovo vegetarian), 생선 먹는 페스카테리안 그리고 베간(vegan)등이다. 여행이나 회식에 갈 때 호스트에게 미리 알려주는 아이텀 중의 하나이므로 알아두는 것이 좋다.

실상 채식이라 간주 되는 음식들도 동물의 추출물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것을 모른는 경우가 많다. 과자, 사탕, 케익, 마시멜로, 치즈 같은 ‘과정을 거친 음식’들은 이것들을 만들 때, 되새김동물의 위(胃)에서 추출한 레니트(rennet)라는 복합효소가 들어간다. 되새김동물이란 소, 사슴, 낙타, 기린, 염소등으로 앞니가 없어 혀와 입술로 먹이를 입에 넣어 삼키고, 몇 시간에 거쳐 음식을 다시 토해내어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들을 말한다.

햇곡식을 거두어 들이는 10월은 채식주의의 달이었다. 1977년 10월 1일 제정된 것이지만 채식주의는 아주 고대부터 있었다. 미국내 채식주의자의 68%는 동물을 존중하려고, 17%는 건강을 위해서, 9.7%는 지구환경을 보호하려고, 약 5%는 그외의 종교적인, 민족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보메드라이프가 보고했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 중 25%가 채식주의자, 미국민의 6%가 베건이라고 할 정도로 식생활이 급격히 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잡지 포브스와 에코노미스트가 2019년은 ‘베간의 해’라고 할 정도로 채식주의자가 늘고, 채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에 인터넷의 공이 크다고도 보고 있다.

채식이 인체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추측은 혼선을 빚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연구의 대부분이 설문 조사에 의한 집계이기 때문에 간접 증거에 의한 결론인 경우가 흔해서 충실도와 명확도가 낮다. 혼동되는 발병율에 대한 것은 접어 놓고, 채식주의자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야채 단백질 과 비타민 B12 를 챙겨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타민 B12는 고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비타민이므로 보충제를 반드시 먹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악성빈혈, 신경질환, 뇌졸증의 위험들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식관련사업 규모가 4십 5억 달러이고, 채소로 만든 고기 판매액이 8억 달러에 달한 지금, 동물추출물을 피하기 위한 연구 뿐 아니라, 채소를 기본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관심,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의학이 새로운 관심을 갖고 방향 전환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은 무척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한글로 쓴 글을 읽어 주시는 글로벌 선후배님들께

제가 분주한 삶을 살아가다 보니, 소홀히 하는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의사의 삶을 존중하고 즐겁게 이행했지만, 실상 글 쓰는 것을 많이 좋아해 왔습니다.  이 웹 페이지를 방문하신 분들이 미국 뿐 아니라, 남미, 한국에서 사시고 계시다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자주 이 싸이트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멀리 계신 선후배님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엘에이에서 12월 6일, 류 모니카 드림

[오픈 업] 오페라 캠프와 수용소 캠프

[LA중앙일보] 발행 2019/09/03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9/02 13:07
대부분 학교들의 여름방학이 끝났다. 두 달이 넘는 긴 방학동안 아이들을 돌볼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은 여러모로 마음을 썼을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 그랬다. 큰딸 부부의 세 아이들도 각종 여름학교 프로그램에 등록했지만 그것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았다. 여름학교는 느지막한 아침에 시작하고 오후 중간에 끝나도록 돼있어 아이들을 데려가고 오는 일 또한 힘든 과제로 보였다.

이번 방학 손주들은 평소에 참여하기 어려운 스포츠, 컴퓨터코딩, 오페라 캠프 등 학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목을 택했다. 여름학교에서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 친분도 쌓았다.

3주에 걸쳐 참여했던 오페라 캠프는 다운타운 도로시챈들러 극장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종강했다. 아이들이 노래로 엮어 공연한 세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사회정의와 관련 있는 것들이었다. ‘그때 나는 우뚝 섰다’라는 제목으로 ‘한 인권의 사이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일본계 미국시민의 불법 이동과 감금, 미국의 흑인에 대한 차별대우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회정의란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주제다. 가끔 운전사 노릇을 해야 했던 나는 마음을 먹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손주들과 나누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사회정의를 이해하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공평하지 않아(It is not fair!)’ 하고 싸우려 드는데, 그러한 반응을 꺼내는 방법으로 오페라 형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과거에 있었던 민족간의 분쟁, 예를 들어 일본의 한국·중국·동남아시아 침략 중에 행했던 인권침해, 터키가 저질렀던 아르메니아인 학살, 남아공 흑인 학살과 학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부족간 내분, 집단살상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 언젠가는 지금 심어 준 씨앗이 이해의 싹을 틀 것으로 믿었다.

어린이들의 여름 오페라 캠프 내용 중 두개는 ‘캠프’ 안에서 있었던 억울하고 아팠던 과거를 고발하는 주제였다. 일본계 미국인들을 가두었던 적성국민수용소(1942년 2월-1946년 3월), 유대인들을 강제로 몰아넣고 집단살인을 했던 강제수용소(1933-1939) 등 모두 캠프는 캠프였다. 마찬가지로 흑인들도 철조망 없는 미국이라는 ‘캠프’ 안에서 인종차별을 받아왔고 이에 대한 집단적인 대응이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다.

오페라는 다른 시대에, 멀리 떨어져 있는 세상의 세 곳에서 일어났던 부정의를 다루고 있다. 나는 미적분, 생물학, 사회학, 의학, 외국어 등을 배운다고 해도 모든 과제는 사회정의와 이의 구현으로 귀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인간에게 기본적 인권이 주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울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정과 국가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올해처럼 사회정의가 주제였던 어린이 오페라 캠프에서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이야기가 채택돼야 마땅하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체제가 주도했던 집단 성폭행 이야기를 어찌 쉽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오픈 업] 한인사회 기부문화의 확산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9/17 18:35
요즘 부업이 주업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업에 시간을 쓰고 있다. 의사로서의 나의 하루는 환자 진료로 가득 찼었다. 에메리타가 된 후 약 4년간은 계속해서 매일 환자를 보면서 일하다가 그후 조금씩 줄여갔다.

에메리타는 은퇴한 전문 여성(에메리투스는 남성을 지칭함)을 말하는데 대학에서 말하는 명예교수와 비슷한 의미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부업이었던 사회봉사활동이 주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내가 주력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대부분이 구제사업이 아닌 자선사업으로 무료봉사다. 우선 구제사업과 자선사업에 대한 차이를 생각해 본다. 딱히 번역하기가 어려워 ‘charity’를 구제사업, ‘philanthropy’를 자선사업이라 부르겠다.

이해를 더 쉽게 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가난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돕는 구호사업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구세군이 있다.
자선사업 기관으로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대표적이며 한인커뮤니티에는 M&L홍 재단이 있다.

자선사업단체는 문화·교육·건강·예술 사업 등을 후원해 특정 지역, 나라, 민족 또는 전세계인의 삶에 질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또 양쪽 사업을 모두 하는 ‘#GivingTuesday (#화요일에 기부를’)’라는 기관도 있다.

‘#화요일에 기부를’이라는 기관의 아이디어는 신선하다. 2012년 ’92nd Street Y(역자 주: 맨해튼 92가에 있는 젊은 유대인 남성들의 자선기관)’라는 단체가 목요일 추수감사절 후, 이틀의 광적인 쇼핑(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이 끝난 화요일에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한 것에서 유래한다.

미국의 3세대들 즉 X, Y, 베이비부머의 약 15%가 이 기관을 통해 기부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등 업체들도 동참해 이 기관을 통해 기부한다. 이러한 기부는 온라인이나 페북을 통해서 한다.

한국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로 흔히 사회적인 기여그룹을 지칭하는데 이 단어는 ‘귀족층의 의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어원은 프랑스와 영국이 싸웠던 14세기로 올라간다. 영국에 포위당한 칼레라는 도시에서 영국에 반항한 책임을 물어 6명을 뽑아 사형시키기로 한다. 당시 머뭇거리던 시민들 중에 가장 부자였던 사람이 나서 먼저 처형을 자청하자 시장, 법률가 등의 귀족들이 뒤따라 앞으로 나섰다. 감격한 영국 측은 이들을 사면했다고 한다.

혈통에 의한 신분제도가 없어진 지 오래여서 ‘노블레스’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상위층만이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2017년 기부자의 64%가 여성이고 미국민의 70%가 도움이 필요한 곳에 4100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중 약 5%인 200억 달러가 기업체를 통한 기부였다.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어진흥재단은 한국어교육에 관련된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창단 25주년을 맞아 전례가 없던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한인사회 리더들, 재단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가정들이 동참하고 흔쾌히 도와주고 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렇게 공고한다. ‘공익을 위해서 지원하려는 자원은 혼자서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함께 일 해야 하고, 공공정책과 공공기관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한인사회에서도 아름다운 기부 문화가 확산돼 가고 있어 기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