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별일 없으려나

2026.1.8. 울산광역매일



2026년 병오년(丙午年)이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화(火)의 년(年)으로 ‘태양과 말’의 해라고 한다. 갑·을·병·정…등 10개의 천간(天干)과 자·축·인·묘…같은 12개의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해서 만든 60개의 단위가 육십갑자(六十甲子)인데, 여기에 근거한 새해에 대한 해석은 두 종류의 불이 만나는 강렬한 불의 한 해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보면,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란다. 나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늘의 운세’라던가, ‘한해의 기(氣)’ 같은 칼럼이 흥미로워서 읽곤 하지만, 사실 점성학이나 점술학에는 문외한이다. 
 
들여다보면, 육십갑자(六十甲子)는 우리 한민족에게 익숙한 풍습인 것 같다. 지금까지도 분리되지도 제거되지도 않으면서 우리 몸 깊숙이 뼛속까지 배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육십갑자 예상치는 어떤 이들에는 간접적으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보인다. 또 나처럼 상관하지 않는 그룹도 있다. 
 
지난해 2025 을사년(乙巳年) 연초에 공개되었던 예측이 어느 정도는 맞았던 것 같다. 그저 우연일 수도 있겠다. 변화해 왔던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한 을사년이었다면, 어긋났던 예상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나의 모국 한국은 세계 무역전쟁, 산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같은 어마어마한 일들을 겪었다. 디아스포라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도 여러 이벤트가 있었다.
 
새해 초 캘리포니아 바닷가 도시 퍼시픽 팰리세이드에 불이 나면서, 엘에이(LA)는 혼돈에 빠졌다. 또 동쪽으로 약 32마일 떨어져 있는 샌 가브리엘  밸리에도 산불이 났다. 동시다발적 산불이었다. 산타아나 바람이 불씨를 빠른 속도로 주변 여러 곳으로 퍼뜨리었다. 우리 동네는 모두 경찰과 방위군이 지키는 가운데 대피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을 두고, 집을 떠났다. 화재 영향을 받지 않은 엘에이 다른 지역의 호텔 방들은 이미 만원이었고, 같은 동네에 사는 조카도 갈 곳이 없었다. 우리들은 자동차로 13시간 걸리는 약 800마일 떨어져 있는 뉴멕시코 큰 딸네로 향했다. 그렇게 시작된 2025년이었다. 
 
산불이 잦아들고, 귀가한 후, 얼마 안 있어, 법원에서 출두하라는 통고를 받았다. 미국의 시민은 배심원으로 불리었을 때 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평소에 배심원 통보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어도 채택되지 않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좋아해야 할지, 재수 없다고 불평해야 할지 배심원으로 뽑히게 되었다. 법정에 두 달 반 동안 금요일만 빼고, 매일 출근하였다. 일곱 살짜리 여아 살인 사건으로, 피고는 생모와 생모의 남자 친구 두 명이었다. 배심원들은 검사가 제출한 영상과 증빙서류를 이해하여야 했다. 증인들의 진술을 들었다. 한국과 미국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일곱 살 아이는 2,555일 동안, 매 맞고, 벗겨진 채로, 욕실에 감금되고, 고춧가루 고문을 당했다. 
 
육십갑자(六十甲子) 육갑 60년마다 반복되는 사이클이므로, 5천 년 한국 역사에는 을사년이 많았을 게다. 근대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우울하였던 사건은 백이십 년 전 1905년에 맺었던 일본과의 을사늑약으로 한국의 외교권이 일본에 박탈당했던 사건이다. 일제 강점기의 시작이었다. 이보다 120년 전인 1785년에는 ‘명례방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을사추조적발(乙巳秋曹摘發)’ 사건이 있었다. 정조 9년 때, 지금의 명동 지역에서 신앙집회를 열던 천주교도들이 적발된 것으로 조선의 성리학적 윤리 체계를 파괴한다는 죄목으로 신자들이 처형당했던 일이다. 이 사건 113년 후에 이 자리에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이며 상징적인 명동 성당이 건립되었다. 만약 이때, 조선이 서학을 받아들이고, 개혁에 앞장섰다면, 한국의 역사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을사년에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을사늑약 60년 후인 1965년에는 한일 기본 조약과 월남파병 준비로 경제개발의 본격화가 시작되었다. 내가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있던 때이었다. 베트남에 파병되어 인천항을 떠나던 젊은 군인 무리 중에, 사촌오빠가 있었고 나는 오빠를 배웅하러 나갔었다. 여러 번에 거쳐 파병된 누계가 3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젊은이 중에는 전사하여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5천여 명이고, 11,000명이 부상하였다고 한다. 
 
어수선하게 시작된 을사년 2025년이었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9년 만에, 나의 생애에 두 번째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의 출판 기념회를 한국에서는 나의 모교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병원 안에 친구의 이름으로 명명된 이영주 홀에서 가졌고, 미국에서는 한국어진흥재단 세종홀에서 가졌다. 또 한국 창원대학에 초대되어 강의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삶의 여정에 도반(道伴)의 친지가 함께해 주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의 변화를 예상한다는 2026년 병오년은 별 탈 없이 지나가려나? 일 년 후인 2027년이 되면, 육십갑자의 예측이 어떠했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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